그날은 11월 20일 저희 아파트구역미사를 드리는 날이었습니다.
반장님께서는 5시부터 신부님면담시간이니 일찍와서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세번째 예약을 하고 4시가 좀 지났길래 나갈려고 하는데 남편이『기분이 이상하다』며 묵주알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종부성사를 받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반장님께 연락을 드리고 신부님을 기다렸습니다. 아빠의 몸은 점점 식어가고 있었고 얼마나 신부님을 기다리는지 현관문소리가 나면 그곳으로 눈을 돌려 보는 이가 애가 탈 정도였습니다.
제가 그토록 바라던 종부성사를 받고 갔으니 주님께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들을 두고 떠나는 남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눈감기가 그리도 어려웠던지 감겨도 감겨도 다 감지를 못하고 떠났습니다. 길고도 잛은 결혼생활 만 10년1개월동안 고통과 갈등이 있을 때마다 제나름대로 신앙의 힘으로 잘 견디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이웃친구분들이 저를 위로해 주기위해 자주 방문을 해주십니다. 그럴 적마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들이『위로해 주러왔다 되레 위로를 받고 간다』고 합니다.
이 세속에서는 돈을 주고도 얻지 못하는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선물로 주셨으니 주님께 감사드리며 저희 주변에서는 저 같은 여자가 가장 불쌍한 여자로 인식되어 있지만 하느님안에서는 제가 가장 사랑을 많이 받는 여자라고 생각합니다. 세속의 모든 유혹과 갈등으로부터 저를 지켜주시고 계십니다. 그리고 저는 또한『저에게 맡겨 주신 두 형제 중에서 가장 똑똑하고 당신께서 마음에 드는 자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십시요』하고 간청드립니다.
고통이 없이는 성숙한 신앙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미련한 저에게 깨우쳐 주셨습니다. 그리고 지난 날의 고통이 없었던들 저의 신앙생활은 어떠했을까요. 내 복에 겨워 잘 먹고 잘살았다는 지난 날의 나이 교만함, 평소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건강함과 일용할 양식주심에 감사드리고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또 빨리 남편에게 병명을 얘기 안한 것이 큰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혹시라도 이와 비슷한 병을 앓고계시는 집안식구분들은 환자에게 숨기지 마시고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드리고 죽음에 대한 준비 절차가 빠를수록 좋다는 것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저에게 건강을 주셨으니 배운 것은 없어도 당신께서 작은 일꾼으로 써 주심에 감사드리며 저에게 주신 달란트는 3개를 주셨지만 5개를 채워드리기 위해 열심히 뛰고 또 뛰겠습니다. 저희 아이들도 이제는 열심히 주일학교에 잘 다니고 학교공부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특히 저의 막내 루까는 복사가 되어 미사 때에 한몫을 잘 들어 드리어 제 마음이 기쁩니다.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저희 애들한테 고마움을 느끼며 저는 구반장으로써 레지오 단원으로, 성가대 단원으로서 하루 일과를 미사에 중점을 두고 제나름대로 목적이 있고 희망이 있기에 예수님 정신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보 당신이 계신 곳에는 불편한 것은 없으신지요 제가 봉사하는 모든 것을 당신의 연옥 보속으로 돌려드릴께요』남편과 만나는 날 아이들 잘 키우고 열심히 살았노라고 큰 소리를 쳐보고 싶습니다.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시는 아파트 신자 모든 분들께 항상 감사드리며 또 본당 신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신앙수기「범사에 감사하며」를 애독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기사 사정상 당분간 신앙수기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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