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조용히 가슴 속을 흐르는 게 있다. 오월이 오면 호수가 되는 가슴 그 속에 언제나 너는 꽃인양 방긋이 피어난다.
오월이 되면 생각나는 시의 한 구절, 사람에게는 누구나「향수」라는 게 있다. 아스라한 고향 마을과 어린 시절의 친구들, 그리하여 이맘쯤이면 저마다 향수를 달래며 진달래처럼 상기된 얼굴로 봄나들이에 한창이다.
오월은 우선 다정한 엄마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만인의 어머니, 영원한 모상(母像)이신 성모님의 달이기에 더욱 그렇다. 따사로운 그분의 눈길로 오원은 이렇듯 풍성하기만 한가보다.
어머니! 언제나 불러도 그리워지는 이름! 나에게는 불행히도 어머니날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어머님의 그 따뜻한 가슴은 없다. 그러나 이제는 시공을 초월하여 계신다. 「어머니」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부드러운 느낌뿐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포근한 어휘를 찾으라고 하면 단연코「어머니」가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이태리 사람들은 서로 죽일듯이 싸우다가도 누군가가 말릴 때, “이 사람도 엄마가 있어”하고 말하면 즉시 싸움을 그친다는 얘기가 있다. 자식을 목숨보다 더 아끼는 엄마의 사랑이 부드러움의 극치라고나 할까. 「어머니」라는 단어 속에는 마약같은 향수의 신비가 감돌고 있다.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가 있는 한 불량청소년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듬직하다.
며칠 전 두 쌍둥이 여아의 엄마가 다녀갔다. 이 어린아이들은 난청아들이다. 그중에 둘째가 조금 더 말을 잘 한다. 돌아갈 때는 어른스럽게도 실내화를 있던 자리에 도로 넣고 가느라고 끙끙거리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지난해 상담을 하고서 며칠 다니다 말고 가정형편상 지방으로 내려갔다. 일년 동안 배운 보람이 있어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귀걸이 보청기를 맞추려 잠깐 상경했던 걸음이란다. 1대에 35만원씩 하는 보청기 4대를 사는데 140만원을 거림낌없이 지불한 것이다. 양쪽 귀에 다해 주려니 4대가 필요했던 것이다. 아빠가 죽도록 노동하는 것은 오직 이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냐고 열심히 가르쳐서 내년에는 일반학교 통합을 시키겠노라는 엄마의 명랑한 표정 속에서 나는 한순간 가슴이 뭉클해 왔다. 이 강하고 거룩한 모성애 앞에 경외의 염을 금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밖에는 화사한 봄꽃들이 다투어 피고 있지만 봄을 앓는 모성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역경을 쓰다듬으며 의젓하게 살아가는 장한 어머니들도 많이 알고 있다.
이들이 고달픈 가슴에 이번 어머니날에는 참으로 고운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싶다. 내손으로 만든 커다란 훈장을 달아 드리고도 싶다. 아니, 오월이 꽃들을 몽땅 따다 안겨 드렸으면 싶다.
지금까지 수고해 주신 마산교구 함양본당 이창섭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호부터는 서울 애화학교교장 이호자(마지아) 수녀님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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