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순교란 진리를 증거한다는 뜻인데 아무 진리나 증거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진리를 증거하는 삶을 순교라한다고 하였다. 성 아우구스띠노도 죽었다는 결과가 아니라 하느님의 진리를 증거한다는 동기 즉 그 원인이 순교자가 되게 한다고 하였다.
하느님의 구원의 진리와 사랑의 증거는 다만 말과 행동 뿐아니라 때로는 목숨마저 바쳐야 하는 전존재적ㆍ전인격적 응답이라야 한다. 여기에 우리는 순교의 위대함과 심각성을 느낀다. 그런데 우리 시대에도 순교는 요구되는 것일까?
이점에 대하여 일찍이 박해당하고 있는 폴란드 국민들에게 교황 비오 12세께서는 『너희는 어떠한 변화가 잇달아 올지라도 너희 신앙을 굳건히 견지하라. 세계는 너희에게 피를 요구할지 모른다』고 비장하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더욱이 그리스도께서는『너희는 나 때문에 총독들과 왕들에게 끌려가 재판을 받으며 그들과 이방인들 앞에서 나를 증언하게 될것이다』(마태오10, 17~20 참조)고 하셨다. 그리고『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죽기까지 아니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순종』(필립비 2, 8)하심으로써 순교의 모범을 극명하게 보여 주셨다.
그래서 사도들은 백성을 앞에서 그리스도께서 보내신 구원의 진리와 사랑의 증인답게 복음을 전하고 복음대로 사는 증인이 되었다. 그리고『바로 예수를 하느님께서 다시 살렸으며 우리는 다증인입니다』(사도행전 2, 32)라고 하여 증거자로서 자신들의 정체를 확인하였다.
베드로는 바티깐 언덕에서 십자가에 죽음으로써 증거했고, 바오로는 로마의 박해자의 칼 아래 쓰러져 장엄한 증거의 일생을 바쳤다. 요한은 유배 당했고, 야고보는 돌에 타살되었다. 주님의 사도들만이 아니라 초대교회의 무수한 증거자들이 또한 사자의 이빨에 그리고 박해자의 가혹한 핍박속에 의연히 목숨을 바쳐 순교함으로서 복음의 증인이 되었다.
우리의 선조들 또한 순교로 우리에게 신앙의 유산을 물려 주셨다. 오늘 우리의 신앙은 분명히 순교자들의 무덤위에 핀 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시대의 새로운 증거자들이다. 따라서 우리의 증거하는 삶도 말과 행동만이 아니라 생명마저 바칠만큼 심각한 전인격적 증거라야 한다. 이것이 순교적 삶이다. 순교자가 있었음은 역사적 사실이지만 수교적 삶을 살아야 함은 지금 우리의 현실적 과제이다.
우리 사회의 구조화된 심대한 부정과 이제는 실망보다 오히려 냉소적 반응마저 보이는 패륜의 타락은 우리의 죽음보다 짙은 진리와 사랑의 증거를 요청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부활의 영광에 도취하기 보다 먼저 십자가의 죽음에 동참해야 한다. 그리스도를 따라 십자가에서 죽은 자라야 그리스도의 부활에 동참할 수가 있다. 죽지도 않은 자는 부활할 수도 없다.
지금 자연훼손의 폭거에, 가진자의 횡포에, 집단 이기주의에 그리고 정의를 빙자한 소영웅주의의 위선에, 자유를 빙자한 인간성의 파괴에, 평등을 빙자한 적개심의 충동에 진정 우리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것이 우리 시대의 새로운 순교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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