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국가들만큼 「운동(Movement)」을 좋아하는 나라들은 없을 것이다. 하나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나갈때 가장 필요한 것은 응집력이다. 「운동」은 정신을 모으고 힘을 모으는데 있어선 그만이다. 따라서 획일화된 사회에 「운동」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사회주의 국가에 운동의 종류가 유별나게 많다는 사실은 지발성이 결여된 운동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 하겠다. 인간의 속성을·자유를 갈망하는-무시한 획일적인 운동이 오래가기 힘들고 비능률적인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때문에 새로운 이름을 단 운동들이 끊임없이 탄생하는지도 모른다.
87년 민주화 과정에서 된 서리를 맞아 주저앉은 우리의 「새마을운동」도 어찌보면 같은 맥락에서 얘기가 가능하다. 정신과 취지로 볼 때 당시 새마을운동은 「필요한 운동」이었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새마을운동은 우리의 조악한 환경 개선과 체질 개선에 커다란 기여를 하기도 했다.
한때 새마을운동이 이웃나라들의 연구 및 견학대상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운동의 성과를 가늠해 볼 수 도 있다.
그러나 새마을운동 역시 획일성을 벗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당시 사회전체를 지배하고 있던 군사문화의 직접적인 영향력하에 새마을운동은 실적과 성과가 우선하는 「관제운동」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따라서 그 지역 그 마을의 특성에 맞는 운동으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음은 물론이었다.
20여년을 넘게 지속되어온 새마을운동이 민주화의 초기바람에 자취도 희미하게 무너져버린 사실에서 우리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겉돌기만한 관주도 형식의 운동의 말로를 목격할 수 있었다.
권력의 비호를 받고 그 권력의 힘을 함부로 행사하며 군림해돈 새마을운동의 몰락을 통해 획일적이고 비 자율적인 운동의 허구성을 체험한 셈이었다.
「비상사태」로까지 표현되는 최근의 우리 현실도 사회전체를 휩쓸고 있는 신뢰감 상실에서 출발하고 있다 하겠다.
그것은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정신적 고리가 없다는 사실과도 통한다. 다시 말해 이사회 어디에도 믿을만한 구석이 없다는 얘기와 같다.
5월 7일 발표된 대통령의 「시국특별담화」는 정치 경제사회 전반을 흐르고 있는 현실적 위기감에 대한 최고 책임자의 대안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늦어도 금년말까지 국민 여러분이 안심할 수 있을 정도로 정치 경제 사회의 안정을 이루겠다』는 담화의 요지가 「해결하겠다」면서도 해결치 못했던 과거의 공허한 의지의 반복인것 같아 미심쩍기만 하다.
정부발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어제 오늘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문제가 생길때마다 나온 정부의 대책들이 한결같이 문제를 확대시키는 쪽으로 더많이 기울었다는 경험적 판단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부정적 시각속에서도 대다수 사람들의 바램은 정부가 진정 이 난국을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토지공개념제도」와 「금융실명제」도입논의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나약함과 한계성을 또 다시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서는 결코 안될일이다. 정부가 정책입안자가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벗는다면 그것으로 이미 난국을 헤쳐나가는 지름길로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오늘과 같은 상황하에서 우리각자가 해야할 힐은 더욱 소중할 수도 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의 몫은 어차피 우리의 몫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최근 새로운 각도에서 출발을 준배하고 있는 「한마음 몸운동」은 그런 의미에서 또 다른 기대를 갖게한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가치관·윤리·도덕성의 재확립이라는 정신운동 차원에서부터 평화·생명·인간화·민주화라는 실천운동 차원으로 「한마음한몸운동」의 위상을 정립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우선 교회라는 고정의 틀을 깨트리고 「한마음한몸운동」을 이웃과 사회속으로 드러내 놓았다는 것에서 부터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모두에게 「열린운동」이 된다는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새롭게 정립된다고 해서 한마음 한몸운동의 근본정신이 바뀌는 것은 아닐것이다.
화해와 일치. 나눔의 의미를 담고있는 성체성사의 신비를 생활속에 구현하는 한마음한몸운동의 영성은 결코 변할수가 없다.
자신에서부터 변화를 시도하고 이웃과 더불어하는 연대 운동은 지금 우리에겐 시급하다. 그 운동은 우리 모두가 더불어 사는 모습으로 이 사회를 인간답게 변모시키는 것이어야 마땅하다.
그것은 거창한 이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또 화려한 치장이나 장식이 필요치도 않다. 그저 나보다 먼저 이웃을 생각한다는 단순한 의식이 필요할 분이다.
최근 전세값 월세값을 나부터 내리자는 실속없는(?) 운동을 펴고있는 서울 옥수동·금호동본당의 결단이야말로 한마음한몸운동을 실제로 사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친절하게 받는 전화 한통화로도 얼마든지 이웃을 기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추구하는 한마음한몸운동은 바로 그런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하는 듯하다. 오늘 우리가 직면한 난국을 푸는 지름길을 「한마음한몸운동」에서 보고자 하는 것은 이 운동이 민족운동으로 승화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는데 기인한다.
한마음한몸운동은 바로 인간화운동이다. 인간으로서의 참 모습을 찾자는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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