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가 바람직하다는 얘기들을 한다. 수백 수천명이 모여서 천주교회원 대회를 열고는 뿔뿔히 흩어지는 모습의 교회를 바람직하다고 여길 이들이야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신자수가 적다고 하여 저절로 이상적인 신앙 공동체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사실이다. 농촌 지역의 작은 읍에 있는 백명도 안되는 본당들의 경우 신자 수가 적으면서도 별로 생기 넘치는 교회의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다. 신자 수는 작은 교회의 필요조건이긴 하여도 충분 조건이될 수 없기 때문이리라.
작은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요청을 자주 듣기도 하고, 어렵사리 공감이 가기도 하지만 어떻게 작은 교회를 만들지 그 방도가 막연하고, 또 좋은 제안들이 나와도 실천으로 이어지기가 어려운 것이 문제이다. 안동의 「공소 봉사자학교」가 작은 교회 운동에서 한 사례가 되는 듯하여 그 특징을 몇가지 짚어 보며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안동의 공소 봉사자 학교는 쇠퇴 일로를 걷고 있는 공소활성화를 위하여 공소의 일꾼을 기르려고 마련되었다. 전에도 공소 지도자 양성을 위한 교육들이 숱하게 있어 왔지만 대개 2~3일동안 실시되는 일회성 교육이었는데 공소 봉사자 학교는 2년 과정이다. 작은교회 운동을 하자면 우선 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밑천을 들이는 일이 필요하다.
공소 봉사자 학교의 더욱 주목할만한 특징은 공소 교회관에서 드러난다. 대개공소 교회는 온전한 교회가 못된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다. 제도 중심의 교회관이 지배적인 현실에서는 공소 교회란 본당에 부속되어 있는 절름발이 교회로 보이게 마련이다. 공소 봉사자 학교는 공소 교회가 절름발이가 아닌 온전한 교회라는 의식에서 출발한다. 학교 운영패 중에 신앙이 매우 돈독한 봉사자가 한 분 있는데 연수회동안 매일 미사를 드리지 않는 것이 큰 불만이다. 미사참례의 기회가 많지 않은 공소 사람들이 모였는데 마침 신부님이 함께 계시니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있어서 안타깝다는 것이다. 글쎄 성체 안의 예수님을 모셔야 제대로 모신 것이고「내 이름으로 둘이나 셋 모인 곳에 함께 계시겠다」는 예수님으로는 부족한가? 학교는 애써 이웃과 함께 주님을 찾고자 한다. 작은 교회는 성체안의 예수 이상으로 말씀 안의 예수, 이웃과의 모임안의 예수를 더 강조할만 하다. 사제가 안 계셔도 온전한 교회를 이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교육내용의 구성이 또한 주목할만하다. 항용 교회 교육이라면 교리가 중심이 되고 사회쪽은 부록조로 따르는 법인데 공소 봉사자 학교는 이를 뒤엎었다. 물론 교리 부분이 기본과목으로 중시되지만 더많은 시간이 연구과목, 실천과목에 할애되고 있다. 연구과목은 농촌현장이 안고 있는 문제를 파헤치고, 새로운 공동체를 건설할 방안을 탐구하자는 것이요 실천과목은 실습 작업 과목이다. 공소 문제란 바로 우리농촌 농민문제의 반영임을 인정한다면 농민문제를 외면한채 공소활성화를 구할 길이 없다. 더구나 현대 산업사회에서 공동체의 건설이란 어렵고 창조적인 실천이 요구될 수 밖에 없다. 작은 교회는 각자가 처한 삶의 상황에서 삶을 통하여 이루어내야 하겠다. 생활과 유리된 작은 교회란 생각할 수가 없다.
공소 봉사자 학교의 장점으로 꼽을 또 하나는 교육의 계획과 추진에 평신도를 주체적으로 참여시킨 점이다. 연구과목 실천 과목들의 강의뿐만 아니라 교육 과정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짜이고, 효과적으로 가르쳐질 것인가 등에 대해서는 각 분야별로 밝은 평신도들에게 제대로 맡겨진다. 작은 교회는 평신도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하느님 나라 운동에 쓰임새가 있는 모든 이의 능력을 골고루 동원할 방도를 찾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개방성이 절실히 요청된다.
또하나 꼽을만한 특징은 통신ㆍ방문과정에 기울이는 노력이다. 농촌 공소의 여건상 2년동안 함께 모여서 공부하는 기간은 농한기 3박4일 연수회 6차에 그치고 있으며 연수회 이외의 기간은 통신과 방문을 통하여 계속 공부하고 공동체 건설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채근하는 기간이다. 작은 교회를 위한 성직자의 지도도 이러하여야 할 것 같다.
작은 교회를 이룩할 이들은 생활 가운데 함께 모이는 이들이고 큰 교회는 한결같이 작은 교회를 지원하고 격려하고 지도하는 봉사자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공소 봉사자 학교가 제안하고 추진하는 공소 활성화는 열린 공동체 운동이다. 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삶을 나누는 공동체를 추구한다. 농사일, 소비양식, 마을의 정치, 문화활동 등에서 어떻게 공동체를 지향할수 있는가를 신자ㆍ비신자 가리지않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찾고 실천하도록 한다. 벌써 시작 1년여 만에 안동 생명의 공동체로 결실을 맺기까지 하였다. 안동 생명의 공동체는 신자ㆍ비신자뿐만아니라 도시 소비자와 농촌 생산자가 시작부터 한살림을 차리고 있다. 작은 교회는 신자들끼리 보다는 신앙을 전제하지 않고 이웃과 함께하는 것이 좋겠다. 종교적 색채를 띠지않은 공동체 운동을 가운데 하느님나라 운동을 보면서 온전한 교회라고 부를 용의를 갖자.
도시에도 공소교회를 만들면 좋겠다. 반모임을 작은 교회로 키워가면 좋겠다. 교회내 각종 단체도 작은 교회로 발전시키면 좋겠다 본당의 하부 조직에 머물게 할 것이 아니라 각각이 온전한 교회라는 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일어서는 알짜배기 공동체로 자랄 수 있을것이다. 교회는 꼭 신자들 끼리라는 벽도 허물자. 삶을 나누는 작은 교회는 이웃과 함께하는 공동체가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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