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하고 무자비한 탱크가 TV화면을 가득히 가로질러 굉음을 내며 우리들 마음까지 짓밝고 있었다.
고요한 평화를 깨뜨리고 수만리 땅 내나라 내집 안방에까지 쳐들어와 우리들의 전신을 짓밝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소름이 끼쳤다. 탱크는 저항할 수 없는 무자비의 화신이었고, 모든 것을 단숨에 깔아뭉개버리는 죽음 그 자체였다. 그러나 죽음도 두려워 하지 않는 자유와 민주화에의 열망은 소련국민들을 맨손으로 탱크앞에 맞서게 했다.
죽음보다 더 강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던가?
흥건히 피를 흘리며 죽어갈 수 있었던 그들이 용기는, 고르바초프라는 한 지도자에 의해 매듭이 풀리기 시작한 민주화와 자유, 세계 평화에의 제단위에 바친 온전한 기도였다고 생각한다.
파티마의 성모님께서는 소련의 회개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라고 우리에게 말씀해 주셨다. 그 말씀을 처음 대할 때는 무척이나 의아스러웠다. 그 무자비한 소련을 위해 기도하라니 도저히 그럴 마음이 아니었다. 그러나 성모님께서는 기도해야 한다고 하셨다.
드러나지 않게 바쳐지는 많은 사람들의 기도! 그 기도는 반드시 이루어지고야 만다는 것을 우리는 체험하게 되었다. 개혁과 개방정책으로 공산주의의 굴레를 서서히 벗고 민주화에로의 역사적 흐름앞에 조금씩 자신을 맡기며 세계평화를 위해 기여하려고 노력하는 소련의 모습을 보면서 성모님의 말씀대로 많은 사람들이 소련을 위해 기도해 왔고 그 기도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일어난 쿠데타는 온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불안과 긴장속으로 몰고 갔지만 필연적인 결과로 3일만에 막을 내렸다. 민주화와 자유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민중의 뜻을 역행하여 일으킨데다, 이념적, 정치적 명분이 없는 쿠데타였기 때문에 오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분의 계획된 역사하심으로 밖에는 달리 생각할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안다.
탱크앞에 꿇어앉아 간절한 기도를 바치던 중년의 여인을 우리는 분명히 보았다. 절망과 비탄과 분노로 뒤범벅이된 그 여인의 애절한 부르짖음! 이미 목숨을 바친 젊은이들의 피가 흥건하게 베인 땅에 꿇어 앉은 여인이, 죽음가지도 감수하면서 혼신의 기도를 바칠 때 그 순간 세계 모든 사람들은 그 여인과 함께 탱크앞에 꿇어앉아 기도드리는 심정이었으리라.
너무나 우리의 예상을 뒤어 넘고 있는 소련의 급격한 변화를 보면서 소련의 회개가 가져다 주는 의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소련의 회개를 위해 기도하라시던 성모님을 통한 우리의 기도가 응답됨을 소련을 통해 체험하게된 우리야 말로, 지금 조국의 평화통일을 위해, 북한의 회개를 위한 기도를 바쳐야 할 때이기도 하다.
탱크의 포신에 핀 한송이 붉은 장미여!성모님께 드리는 간원의 장미송이로 영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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