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듬해 봄 아내는 생일을 며칠 앞두고 뜻밖에 생일선물로 무얼 해주겠느냐고 물어왔다. 그래서 나는 선뜻 무엇이나 원하는 것은 다 해주겠다고 했다. 설마 우리 분수에 넘치는 것은 원하지 않겠지 하는 마음에서 였다. 그런데 아내는 정말이냐고 다짐을 받은후 소원이라고 덧붙이면서 성당에 같이 다니자고 했다. 나는 하도 굳게 약속을 했기에 그러자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 하면서 앞으로 좀 더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마음이 잡히면 열심히 다닐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런 이유로 성당에 나가게 되었는데 그때의 과천성당은 성전이 없어서 신자집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었다. 미사 분위기도 좋았고 신부님의 강론내용이 세상 현실을 보는 나와 일치 했기에 기분이 좋았다. 더욱이 가깝게 지내는 이웃들이 성당에 다니고 있어서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다. 새로운 사실은 아내가 반포성당에서 예비자 교리를 다 마쳤고 영세전 남편과 같이 받겠다고 미루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고보니 이제는 주위의 권고도 대단했다.

나는 몇번을 거절하다 예비자 교리반에 나가게 되었고 그해 12월 6일 우리 가족이 함께 세례성사를 받는 은총을 입었다. 성당에 다니게 되면서부터 밖에서 술을 먹는 회수가 줄어들었고 동네 교우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다. 그리고 대부(장요한)의 인도로 성당일에도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그때 과천성당은 성전신축을 앞두고 여러가지 일이 많았다. 나는 성당일에 보람을 느끼면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 하였으며 주일미사를 통하여 일주일에 한번씩이나마 자신의 삶을 반성해 보고 새로운 결심을 할 수 있었다.

세례를 받은 후 몇 개월의 기분은 마치 자신이 천사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을 모든 신자들은 체험했으리라. 그러한 아주 좋은 시기에 나는 매스컴을 통해 ME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기회가 주어지면 나도 부부피정에 꼭 다녀와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성당에서 ME교육 소개가 있어서 신청 했더니 얼마후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임신 6개월이 아내와 같이 2박3일의 교육을 받게 되었다.

나는 그 교육을 통하여 지금까지의 나의 삶이 교만과 욕심속에서 몸부림쳐온 헛된 생활이였음을 깨닫고 많은 참회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나의 독선과 아집 때문에 이웃들과 부모ㆍ형제 특히 사랑하는 나의 아내가 많은 상처를 입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돈ㆍ출세ㆍ명예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인생이라는 사고방식 때문에 이것을 위하여 젊음을 송두리째 바치면서 정말 귀한 자신을 병들게 하고 가장 성스러워야 할 가정을 하나의 휴식처처럼 여겨 왔으며 특히 아내를 나를 위한 당연한 봉사자로 대해 왔음을 발견하고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고 원망스러웠다.

우리 부부는 이제 그러한 삶을 청산하고 새로운 부부로 새롭게 태어나 살아 가자고 굳게 다짐 하였다. 그러나 교육을 마치고 돌아오니 나의 현실은 그게 아니였다. 아무리 내가 교육받았던 것을 다짐하고 굳게 결심 하였지만 세속의 생활은 나의 뜻대로 될 수 없었다. 그래서 현실과 이상에서 심한 갈등을 겪게 되었고 아내의 나에 대한 불만은 교육받기 전보다 오히려 더욱 쌓여만갔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다투게 되었고 나의 갈등은 마침내 다른 생활수단을 찾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