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관에서 일하는 사람을 구하는 일은 그리 쉽지않다. 예전에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한 평생을 사제관에서 보내는 고마운 분들이 많았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금에는 잘 찾아볼 수가 없다. 일을 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그에 비례해서 식욕이 감퇴되어야 하는데 식욕은 전보다 더 극성을 부린다.
한번은 갑자기 생선이 먹고 싶어서 장에 나갔다. 여러가지 생선들이 때깔도 좋게 늘어서 있었다. 『이거 싱싱해요?』라고 물으니 싱싱하단다. 어떻게 알수 있느냐니까「눈을 보면 안다」고 했다. 눈에는 생선의 신선도가 표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아무것도 살 자신도, 요리할 자신도 생기지 않아 빈손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생선의 신선도를 눈으로 알수 있다면 사람의 좋고 나쁨은, 그리고 사랑ㆍ영혼의 상태는 무얼보고 알수 있을까? 「눈은 몸의 등불입니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지만 사람의 눈을 보고 그를 모두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골치아픈일도 많이 생기겠지만 신앙을 더 잘 전교할수 있겠기 때문이다. 또 온갖 사이비 종교의 유혹을 쉽게 물리칠 힘을 얻을수 있기 때문이다.
일전에 몇몇 신자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대학 부정 입학을 화제에 올리게 되었다. 모두들 한마디씩 하는 중에 원칙적이고 더 교육적인 방안이 계속 이어졌지만 내가 알고싶은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알고싶은 일은 만약 우리 신자들의 자제들이 그럴 경우라면, 도 그렇게 재물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했겠느냐의 궁금증이었다. 이렇게 물으니 한순간 조용해지다가 거의 모든 신자가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재물을 가지고 있다면, 그렇게 대학입시가 계속 어려울 것이라면, 그래서 내 자식들이 그런 상황이라면, 할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개선 방향이나, 교육정책의 부재를 통탄할 때 이런 대답이 나오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잠시 멍해져 있다가 곧 신자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이렇게 쉬운 대답을 잠시나마 멍하게 받아들일수 밖에 없었을까? 뒤통수를 맞는것처럼 그렇게 멍해지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선파는 아주머니처럼 눈을 보고 알수는 없을까? 이런 일을 되풀이하며 겪을때마다 생각나는 것은「눈을 보면 알지요」하던 생선파는 아주머니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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