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모두가 교육자라는 말이 있다. 왜냐하면 누군가의 언행은 항상 누군가에게 유형, 무형의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인간의 삶 자체가 배움의 연속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배우고 가르치는 일은 비단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닐 것이다. 삼라만상의 공유물이라고나 할까.
매일 아침 제자들에게 이야기를 했던 어느 수도승의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아침 강단에 올라가 막 얘기를 시작하려는데 작은 새 한마리가 창가에 앉더니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 새는 온 가슴을 다 해 노래했다. 그러다가 노래를 그치고 날아가 버리자 선생은 말했다. 『오늘 설법은 끝났습니다』하고.
그렇다면 이 수많은 교육자 중에서 가장 위대한 스승은 과연 누구일까. 다름 아닌 예수님 이라고 생각한다. 그분은 그의 제자들을 사랑한 나머지 손수 발을 씻기시고 마지막엔 자기의 살과 피를 영원한 기념선물로 남겨주신 어른이시다. 이 지상에 살다간 사람 중에 과연 이런 분이 또 있는가. 만약에 누군가 이러한 분의 제자로 불리웠다면 얼마나 큰 은혜이며 특권인가. 진정한 제자는 존경을 다하며 스승을 따르고 할 수만 있다면 그와 비슷해질려고 노력한다.
나는 오늘 이러한 제자중의 제자로 불릴만한 한 분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70평생을 맹아들을 위해 몸 바친 동정녀, 빨랫골의 기적을 이루어 놓고 간 한신경 교장선생님. 18세에 실명하여 눈 치료를 위해 단신으로 월남, 수년간을 악전고투 하였지만 끝내 시력을 회복 못하자 차단된 망막과 생사의 기로에서 방황하다 하느님을 알고 영의 눈을 뜨게 된 후로 새 삶을 오로지 맹인들을 위해 바친 선생님. 그로부터 30여년간 자신의 불운을 딛고 집념으로 일으킨 한빛 맹아원과 한빛맹학교. 그의 손을 거쳐간 맹아만해도 6백여명이 넘는다.
내가 이 분을 만난 것은 76년도 가을운동회. 그때 처음 본 맹아들의 운동회는 호기심에 앞서 어설프기만 했다. 그 후로 한빛교회 한빛자립관 등 최소한의 생활비 외에는 재산을 통틀어 학교에다 바친 덕분에 이제는 본관 교사와 기숙사를 현대식으로 개축하는 중이다. 아! 당신의 이 소중한 분신들을 두고 어떻게 눈을 감았을까. 그래서 누구보다 생에 대한 애착과 열정이 강했나보다. 생전에 이 분은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한번도 찡그린 얼굴을 한 적이 없었다.
언제나 화평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말끝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그저 감사할 뿐이지요』이었다. 한번은 내가 이 분의 서툰 안내자가 되었을 때다. 광화문 그 넓은 횡단보도를 건널려고 하다가 그만 큰 대자로 나동그라지게 하고 말았다. 노인이 얼마나 아프고 놀랐을까마는 몸둘바 몰라하는 나를 보고 웃으며 『그래야 잊어버리지 않지』하던 인자한 모습. 선생님! 온 가슴으로 노래하던 창가의 저 새처럼 당신은 당신의 자서전 이름 그대로 「땅에 떨어진 밀알이 되어」이렇듯 낭랑하게 위대한 교훈을 설파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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