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이 엄마! 서로 쫓기며 사느라고 제대로 이야기도 못했습니다. 입학한지 두달이나 지났군요. 처음 입학시키면서 가졌던 진영이 엄마의 기우(杞憂)가 조금은 걷혔나 알고 싶어졌습니다.
사람이란 누구나 빛깔은 달라도 다같은 비중의 아품은 갖고 있는 법. 그리고 그것이 공편한 신의 섭리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나름대로의 괴로움을 헤쳐 나가느라고 애쓰는 것이 산다는 것의 증거가 아니겠는지요.
진영이의 현재 생활에 담임으로서는 어떤 불편도 찾지못하고 있습니다. 남보다 청력이 나쁘다는 것은 다른 어린이가 남보다 두뇌가 나쁘다는 것보다는 훨씬 유리하게 보입니다. 뛰어나게 진지한 학습태도, 잘 쓰는 글씨, 흡수빠른학습, 착실한 생활태도가 눈물겨운 사랑을 느끼게 합니다. 한가지가 남보다 없으나 훨씬 많은 축복을 받고있다는 것을 언제나 잊지 마시고 감사하시기 바랍니다.
진영이 엄마! 하느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인간은 그것을 헤아릴 지혜를 못가졌답니다. 특별히 선택받아 하느님의 종으로 쓰실 사람에게는 목적에 따른 시련을 주신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서로 가슴마다 뜨거운 아픔을 지녔어도 나름대로 그곳에서 작고 미미한 행복을 찾고 모으며 살아가도록 합시다.(하략)
위의 글은 「어버니 날」을 맞아 담임선생님이 한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글이다.
이 편지를 받은 진영이 엄마는 너무나 감격하여 혼자 읽기 아깝다며 어느날 나에게 갖다 준 것이다. 이 선생님은 평소에도 진영이의 청각장애 보상을 위해 틈틈히 개인지도를 하면서 온갖 관심과 성의를 보인다고 했다. 정말 귀한 분이다.
한 사람의 장애인에게 보내는 「사랑의 손길」이것은 쉬운 듯 하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나부터도 그렇다. 한번은 물론 보라는 듯이 잘한다. 그러나 두번 세번 회수가 많아질수록 귀찮다는 생각이 앞서고 만다. 그 숱한 「봉사자」도 꾸준히 계속하는 사람을 보면 대견스럽기 그지없다.
요즘같이 각박한 시대에는 장터에 나앉아 피리를 불어도 춤추는 이 없고 아무리 곡을 하여도 따라 우는 이 없는 이 현실이 사회의 속성(?) 때문일까. 더구나 장애를 딛고 일어서려는 사람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과연 몇 사람이나 될까?
『엄마, 장애자가 뭐예요? 나도 장애자인가요?』 어린 딸의 질문에 당황한 엄마는 조용히 『그렇단다. 장애자란 몸에 불편이 있는 사람이란다 .너는 귀가 잘 안들리니 그렇지』이 말에 아이는 그만 곡을 하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찡했다. 사람은 누구나가 장애자다. 몸이 불편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장애인, 비장애인(?), 정상인, 비정상인 등으로 구분해 놓고 이쪽은 우대하고 저쪽은 푸대접하는지 모를 일이다.
장애인이란 용어의 새로운 해석이 나올 법하다. 어떤 시각으로 볼 것인가가 문제이다. 메마르지 않은 「사랑의 눈길」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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