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된 딸아이의 아침은 초가을로 높아가는 하늘과 그 아래로 불어오는 싱그럽고 부드러운 바람속에서, 무궁화 분꽃 소국 나팔꽃 등과 얼굴을 부비며 아침인사를 나누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슬을 머금고 활짝 피어있는 나팔꽃에 얼굴을 갖다대면 아이의 얼굴도 나팔꽃모양 발갛게 상기되며 피어난다. 무궁화는 키큰 모습으로 아이에게『안녕, 잘잤니?』하고 말을 걸어 오는 듯하다.
아이가 아침에 만나는 이런 사물들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 주면 아이는 그것을 알아듣기라고 하듯 유심히 바라보기도하고 집중을 한다. 딸아이가 정말 좋아하는 것 같은 이 일은 보름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아마 모든 어머니들이 그러리라. 아이가 태어나면, 장차 그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과제로 자리잡게 되는 것. 나 역시, 아직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의 존재를 부모에게 의지하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어떤 이로 키울까, 이러 이렇게 됐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우리애도 영재의 기미를 보여 세계적인 대학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 매스컴을 떠들썩하게하는 상상을 해보거나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는 판사나 의사, 교수, 무슨 박사 등등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즐거운 상상보다 중요한 것은 그런 「무엇이 되는 것」보다 「인간다운 인간」으로 컸으면 하는 것이다. 인간답다는 것은 바로 나다운 것이고, 자신이 자신다울 때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무엇, 무엇이 되든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는 자칫 회한이 찾아드는 삶, 자신감 없는 껍데기 삶을 살기 쉬울 것이다.
세상을 밝고 바르게 살아갈수있는 「나다운 길」을 찾는 것은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그것은 아마도 「자신이 어디서 왔는가」를 깨닫는데 있을 것이다. 그래서 3개월밖에 안된 아이지만 아침엔 함께 산책을 나가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고, 예쁜 그림책을 넘겨주기도 하다. 아이는 이러한 사물들과의 친교속에서 그 조화자로서의 신(神)이 존재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신의 조화」가운데 자신이 세상에 왔음을 인식하게 될것이다.
아이와 함께 느끼는 가운데 세상을 보는 나의 눈도 요즘에 와서 다시금 생기를 띠는 것만 같다. 아주 작고 보잘것 없는 것일지라도 그것이 생겨난 이유를 생각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새삼깨닫고 있는 것이다. 손톱만한 나비도, 풀벌레 한마리, 장미 한송이가 모두 제각기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내아이가 소중하듯 남의 아이도 꼭같이 소중한것이다. 모든 살아있는 것은 신의 섭리에 따라 생겨난 것이며 움직이는 것이므로, 아이도 그렇게 느끼며 커가리라.
키에르 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병」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위대해 진다는 것은 이것이 되는것도 아니고, 저것이 되는 것도 아닌, 바로 나다와 지는 것』이라고.
나다와 진다는 것, 그것은 곧 신의 섭리에 가까워 지는 것이 아닌가. 더 나아가 아이가 신의 존재를 느낄 때 사물에 대한 깊이와 인간과의 친화력도 깊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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