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기도를 열심히 해서 반들반들해진 묵주를 손에 쥐고 미사 한 시간전에 성당에 오시는 할머니께서, 레지오 시간에 일주일에 5백50단의 묵주신공을 바친다고 활동으로 발표하셨다. 그것도 본당신부를 위해서. 그 발표가 있고 난 후 보통 한 주일에 70~80단 묵주신공을 바치던 다른 단원들도 무슨 충격을 받았는지 가장 적게 바치는 사람이 1백70단정도를 바치게 되었다.
미사 30분전에 성당 마당에 나가 빙빙 돌면서 신자들을 기다린다. 시골 본당은 다 그렇겠지만 연세 높으신 분들이 주로 미사에 참석하신다. 10여명 넘게 미사에 참석하면 마음이 흐뭇하지만 일기가 불순하든지 해서 미사참석자 수가 적으면 왠지 마음이 편치못하다. 미사 후엔 장승처럼 성당문에 서서 집으로 돌아가는 할머니들을 기다린다.
주일날이나 평일이나, 미사에 나오셨던 할머니들은 꼭 신부와 손을 잡고 인사를 해야 마음이 놓이시는지, 한줄로 서시거나 빙 둘러서서 당신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신다.
그러면서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건강에 유의하라 말씀하신다. 매일 보는 신부인데도 매일같이 건강을 당부하시며, 당신 손 잡아준 것을 매일 고마워 하신다.
내 입장에서는 할머니들의 건강이 더 걱정스럽지만 자신들의 걱정은 없는 것처럼 말씀하신다. 다 집으로 돌아가시고 성당 불이 꺼질때쯤 내곁을 떠나신 -이사가시거나 돌아가신-할머니를 생각하며 고마움을 느낀다. 그럴땐 속으로 혼자말을 한다. 「장승처럼 서있는 신부도 할머니들과 손을 잡을땐, 할머니들이 손에 배어있는 고마움을 느낍니다」
텅빈 성당에 아무도 없고 내 그림자가 가로등이 주는 그림자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것은, 이제는 그분들을 두고 내가 떠나야하기 때문인가 보다. 언젠가 새 본당에서 다른 분들과 손을 잡기까지는 그 할머니들의 손에 묻은 고마움을 기억할 것이고 왜 내 그림자가 더 길고 말라 보이는지를 생각해야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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