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잠실체육관에서는 한국 신용협동조합(이하 신협이라 함) 창립 30주년을 맞이하여 전국에서 입추의 여지없이 많은 조합원들이 모여 축제를 올렸다.
필자도 이 자리에 참석하여 많은 신자들이 자리를 함께 한것을 보고 가톨릭 신앙이 신협운동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서로 잘 살아 보자는 서민들의 운동과 영혼의 구원 사업을 주목적으로 하는 신앙과 연관이 있느냐 하는 문제를 제기해 보자는 것이다.
창설자 가브리엘라 수녀
신협운동은 다른 협동조합 운동과 같이 정부나 종교단체의 이름으로 설립될 수 없으므로 중립적 위치를 지켜야 한다. 우리나라의 협동조합이 정부의 지시아래 간섭을 받았다면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었다.
잘 아는 사람들이 푼돈을 모아 필요 할 때 빌려다가 생산을 목적으로 쓰게 하는 교육과 운동을 신협이라 한다. 이 운동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선진국에서 성곡적으로 전개 되고 있으나 오늘에 와서는 선진국 의 대열에 들고저 노력하는 3세계나 후진국에서도 이 조합을 설립하여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더불어 잘살아 보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60여년전에 우리나라에 선교수녀로 파견되어 전교생활하다가 은퇴를 바라 보고 있던 미국인 뮐러린 가브리엘라 수녀가 마지막 선물로 협동정신과 잘 살기 교육을 남기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수녀는 노령의 나이에도 캐나다 동쪽의 프란치스꼬대학 부설 신협연구원에 가서 이 운동의 정신과 운영 방법에 대한 연구를 수료하고 돌아와서는 인재 양성은 물론 실재로 신협을 조직 하기에 이르렀다. 푼돈 모아 잘 살아 보자는 이론과 협동정신의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창설자 수녀와 뜻을 같이 하는 선각자들의 노력의 결실은 오늘 날 축제를 올릴수 있을 만큼 지대한 것이 되었다. 현재 전국적으로 1백50만 조합원들이 수조원의 자산을 저축하여 주로 서민들이 융통하여 쓰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녀의 노력과 희생으로 신협이 조직되고 성장하여 왔던 이유로 천주교에서도 많은 발전을 협조하게 되었다.
협동정신이 부족한 상태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느라 고충이 많은 사회에서 협동운동을 통하여 민주화를 실현시키는 것을 직접 목견 할 때 대견스럽기만 하다 신협회의나 운영에서 명실공히 민주주의를 실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민주주의가 협동운동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빈부의 격차는 심화되어 가고 물가는 치 솟고 있는데다가 많은 이들의 개인 주의와 배타주의 심성이 날로 더 커 가는 이때 손에 손을 잡고 더불어 잘 살아보자는 신협운동이 도처에서 솟아 난다는 것은 개인은 물론 사회의 앞날을 위하여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복음정신과 신협
이 운동의 시작과 성장 과정에 있어서 우리 국민들의 협동정신의 부족함과 가톨릭 교회의 복음정신의 부족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쓰기도 모자라는데 어떻게 저축을 하느냐? 모아 놓은 것을 누가 가로채면 돈 잃고 사람잃지 않느냐?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셨는데 신성한 성당에서 왜 잘 살기 운동을 하고 돈 얘기를 하느냐는 등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교회가 복음정신을 똑 바로 알아 듣고 행동하자는 설득으로써 도전한 결과 오늘의 결실을 보는데 협조했다고 자부하는 측도 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상식도 인용하므로써 이해를 돕는 때도 있었다. 주님은 굶주린 사람 병든 사람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서 저들을 현세적으로도 도와 주신 분임을 잘 모르고 내세만을 가르치신 분으로 오해한 신자들도 꽤나 많았다.
주님께서 가장 중요시 한 사랑은 이웃 사랑도 포함 하는 것이며 이웃 사랑은 먹고 마시고 입는 현실문제까지도 해결하여 주는 것임을 인식케 해야 하는 때도 있었다. 가난한 이웃을 돕는 것은 인정이며 박애 정신임을 사실이니 주님의 계명이며 영생으로 가는 관문임을 깨우치므로써 비교적 수월하게 설득할 수 있었다. 더구나 주님께서는 한알의 밀알과 작은 것을 중요시 하는 교훈을 남기셨기 때문에 푼돈 모으는 운동을 더욱 의욕적으로 전개할 수 있었다.
한편 서민들과 함께 잘 살아 보자는 말과 실천은 가난한 교회의 모습이 잘 들어 나는 생활이기 때문에 더욱 보람이 있었다. 성당인근에 사는 어느 외교인은 이 운동의 덕분에 자녀들과 좀 더 잘 살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서 예비하고 입교하게 되었다. 여러 식구하고 쪼달리는 살림에다가 고리 대금에 허덕이던중 신협의 혜택을 보았다고 하였다.
복음정신과 주님의 가르침에 따라서 신협을 발족하여 사람들을 도운 결과 많은 사람들이 차츰 주님의 품으로 다가서게 되었다. 이것이 복음화가 아니고 무엇인가? 기도도 잘하고 미사도 잘 지내야 하지만 복음화가 미사만 지내는 것이 아님은 너무나 뻔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웃을 말로만 사랑하고 국가장래를 걱정하지 않는다면 신협과 같은 운동을 계속하기란 벅찬 일이라고 할 것이다.
소비가 미덕이란 그릇된 주장을 비찬하면서 작은 것을 중요시하고 근검절약하여 불경기를 극복하는 일에 신협과 교회가 협조하는 길이 오늘이 요구하는 복음화가 아니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작은 것을 경멸하고 급격한 「한탕」식의 성공을 꿈 꾸는 이 사회에 하나 부터 차곡 차곡 쌓아 올리는 생활교육이 산업화와 수출신장보다 더 중요한 철학임을 잊어 버린 정치인이나 기업가들이 있었다고 한다면 오늘의 불경기는 당연한 것이라고 감히 지적해 본다.
서민들의 협동과 푼돈의 절약을 중요시 하는 정신을 가정이나 사회 생활에 유익 할 뿐 아니고 교회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난을 부르짖는 교회가 서민들이 봉헌한 것을 아껴쓰고 저축하여 이웃들도 도와주고 성당신축과 같은 큰 공사도 해낼 때 경영상 도움이 되는 동시에 주님의 모습을 여실히 들어 낼 수 있기에 더욱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난한 정신으로 여유 있게 산다는 말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갈 방향
협동정신이 부족한데다가 급격한 성장을 노리고 소비성이 심한 주민들이 하루 아침에 생각을 바꾸고 쇄신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선진국에서 발전하는 신협이 우리 나라에서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만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정신부족에서 오는 어려움을 이해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적하고 수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상부상조하는 정신없이 내가 먼저 꾸어다 생산을 목적으로 잘 쓰느냐 하는 문제와 빨리 갚아야만 다른 사람이 돌려 쓰게 된다는 정신도 중요하다. 조합이 성장하여 청서도 필요하고, 편리한 기구들이나 차량도 필요하게 되면 구입해야 한다는 말은 이해가 가지만 조합원들이 저축한 자산임을 망각하고 분수에 맞지 않는 시설을 하고 차량을 구입한다는 것은 신협의 미래를 방해하는 추행이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신협조직과 발전에 교육이 중요하다고 함은 총칙인데도 교육이 어렵다고 하여 생략한 조합이 많다고 하는데 이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이다. 이런식으로 조합운동이 성곡했댔자 금융기관이 하나 더 설립된 것 이상의 것은 찾아 볼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보람 있는 운동이 이상에서 열거한 어려움속에 처해있는 것을 직시하는 교회가 이웃사랑과 사회의 발전을 복음정신에 입각해서 이해하고 실천함으로써 협조하고 후원 한다면 이웃들과 함께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길이 트일 것이며 주님의 영광을 현실적으로 빛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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