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을 돌이켜보면 보이지 않는 주님의 손길이 있었음을 뼈져리게 느낄 수 있었다. 『구하라 받을 것이다, 찾으라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마태오7, 7~9)
우매한 인간으로 하느님을 원망할 때도 있었지만 결국 하느님은 나에게 가장 좋은것을 주시고 자 한 것이라 느끼게 됐다.
그동안의 삶속에 나에겐 2가지 전환기가 있었다. 사회에 처음 발을 디디고 농아인 사회에 들어간 것이 첫째고, 더 큰 진전을 개척코자 5년간 다닌 직장에 사표를 내고 단국대학교 특수교육학과로 학사 편입한 것이 두번째 전환기였다.
농아인 사회를 접하게 된 27세때까지 나는 그 모임을 알지 못했기에 그때 느낀 경이로움과 감격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5살 때 뚜렷한 변명없이 청력을 상실한후 계속 통합교육을 받으면서 느낀 이질감은 나를 내성적ㆍ비사교적인 성경의 「말없는 아이」로 만들었다.
그때 청각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반응을 세가지로 나눌수 있었다. 첫째는 아예 무시ㆍ경멸하는 경향이고 둘째는 귀찮아서 방임상태로 버려둔다. 셋째로는 적극적으로 장애인을 도우려는 경향을 들 수가 있다.
현재 우리의 장애인관은 일반적으로 첫째와 둘째의 경향이 농후하다. 특히 아는 것이 있다는 인텔리 계층이나 부유층일수록 그 경향은 심하다.
한 여성봉사자는 수화를 잘해 농아학생들에게 성토요일 저녁 미사 통역을 부탁했는데 싫다고 거절하였다.
그 이유는 작년 성토요일 농아 학생들이 미사봉헌을 한다고 자리를 잡아 놓았더니 정상인들이 불평을 하더란다.
교회내에서 조차 장애인을 이렇듯 푸대접하는 증거를 보는것 같아 하루종일 씁쓸한 기분이었단다.
대학교육을 받고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는 농아인들은 그 수가 극히 미미하다. 설령 대학교육을 받았더라도 장애인이란 이유만으로 취업의 벽은 높게 둘러져 있어 자포자기한 농아인들이 많다.
그래서 다른 농아인들과 만날 때 『학교에서 일합니다』라고 나 자신을 소개하면 『운이 좋은사람이다. 부럽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농아인 내가 교사가 되는데는 편견으로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심지어 정상인도 농아인을 교육하기 어려운데 장애를 가진 교사가 얼마나 가르칠 수 있느냐며 채용에 반대하는 사람도 보았다.
현장에서 일하는 청각장애 교사들은 이런 선입감을 부정하듯 모든일에 열심히. 훌륭히 해내고 있는데도.
나의 경우 사범대학과 대학원까지 수료했지만 농아인사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이라 교생실습도 포기하고 졸업장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삼성농아학교에 근무하면서 농아선교회에 대한 관심과 교사라는 직업이 나의 천직이라 느끼게 됐고 더 나은 발전을 위해 학사편입을 결정하게 됐다.
그땐 정식교사가 되지 않는다면 시골벽지라도 가사 교편을 잡으리라 생각하고 만일 그것도 안되면 공장에 취직해서 가릴 것 없이 일하리라 마음 먹었다.
다행히 하느님의 인도하심으로 농아인에 대해 이해심 깊은 교장수녀님을 만나 서울 애화학교 교사로 현재 근무중에 있다.
글로는 쉬운 길 같지만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불신의 벽은 참으로 높다. 예를 들면 TV의 자막은 농아인들에게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방송국은 예산 타령만하며 미루기 일쑤다.
또한 고입연합고사때 청각장애인의 보청기 착용은 영어듣기 시험에만 허가하고 그외에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정상인 학생들은 귀를 막아놓고 시험치게 하세요』라고 다툰일도 있었다.
특히 농아인들은 허가서나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한때 더욱 외롭고 답답해진다. 수족을 동원해야 간신히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장애인고용촉진법」제정으로 장애인들의 권리가 외국처럼 보장받을 수 있게 되길 주님께 간구한다. 또한 신자들의 잘못된 장애인관도 빨리 교정됐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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