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꽤나 높아졌다.
푸르다 못해 눈이 시리게 하는 가을의 푸른 하늘이다.
아침 7시 30분.
다가온 체력장에 대한 준비로 그간 책상 앞에만 앉아 있던 무거운 몸들을 이끌고 운동장에 집합한다. 10여분이나 지난 후에야 모두 모인다. 서늘한 기운이 팔에 섬뜩하게 다가 오지만 햇볕은 아직도 따갑기만 하다.
무겁게 지친 몸뚱이를 이끌고 나오는 이들이 과연 그 생기 발랑하다는 10대들인가?
오랫동안 해를 못 봐 창백하기만 한 얼굴들이 잠깐의 운동에도 볼이 발그스레해 예쁘기도 하다.
운동장 4바퀴 뛰기. 걷고 뛰다가 또 걷고를 10여분간. 입에서 흰 입김이 헉헉대는 숨과 함께 뱉어진다.
어쩜 저리도 둔하고 무거울까? 보는 이들이 답답하고 더욱 걱정스럽다. 우리는 왜 저들에게 그 무거운 짐을 지우는 걸까?
40여분간의 몸풀기 운동을 끝내고 교실로 들어가는 뒷모습이 여는 때보다 힘차 보인다.
1교시 수업. 반쯤 졸린 눈으로 지친 표정을 짓고는 그래도 한 자라도 들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스럽다. 마음 같아선 푹 자게 하려만 필요없이 목소리만 커진다.
『졸지마! 똑바로 앉아!』그나마 우리 말로 우리 글을 배우기 망정이지 다른 과목을 배울때는 오죽할까? 재미난 얘기라도 해주고 싶다. 『얘들아 글쎄, 우리 아들이 내가 머리 자르고 파마했다고 화내고 울더라』실없는 소리에 자던 애들도 부시시 일어나 듣는 것 같다.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에그! 가여운 것들. 벽에 서계신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힌 고통스런 모습으로 내려다 보신다. 나와 같은 생각이시겠지? 『에그! 불쌍한 것들』
마지 못해 5분간 정리 시간을 준다. 정리는 무슨, 모두 엎드리기에 바쁘다. 그 나불대던, 수다스런 입들이 모두 닫히고 쥐죽은 듯하다. 어디서 코 고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는 듯하다.
마음 속으로 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주여! 이들에게 용기를 주시고, 굳굳하게 이겨 나갈 수 있는 힘을 주시고, 좌절하지 않도록 도와 주시고, 그리고 또…』며칠 있으면 고3을 위한 특별미사가 봉헌된다. 신자든 아니든 이들은 한마음이리라. 그리고 정돈된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가겠지.
오늘도 하루가 지나간다. 서서히 입시 지옥을 향하여….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