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산악인이 북미의 어떤 산을 오르다 죽었을 때, 그렇게 어렵게 올라가서 내려올 것을 왜 올라가느냐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겨울만 되면 일년내 잠잠하던 사람이 산이며 바다고 쏘다니는 사람이 있다. 아주 어렸을때 눈싸움하기위해 겨울을 기다려본 일 이외는 겨울이 반가웠던적은 많지 않다. 게으른 탓이 크겠지만 겨울이오면 창문 밖 풍경을 따뜻한 방안에서 쳐다보는 것이 주된 취미이다. 겨울이 되면 사실 거의 모든사람들이 집안에서 즐기기를 원할 것이다. 아마 성지순례하는 사람들도 겨울에는 별로 볼 기회가 없었던 기억이 있다.
이곳 모산에 부임하기전 이전본당에는 줄무덤이라는 성지가 있다. 특기할만한 시항이나, 기억할만한 기록이나 사실들을 찾기 힘든 성지이긴 하지만, 성지라는 이름 때문에 가끔씩 성지순례하는 신자들을 볼수있다. 그러나 겨울이 되면 뛰엄뛰엄 보이던 순례객들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겨울, 괜한 심사가 나거나 마음이 답답할 때 혼자 줄무덤에 오른다. 한 겨울 오후의 별 느낌없는 햇빛을 받으며 줄무덤에 오르면 반기는 것은 헹하니 비어있는 무덤들이다. 아무도 없이 혼자서 있으면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오지만 갑자기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어디선지 귄신이 우는듯한 착각이 든다. 바람이 불어와 주위에 늘어선 나무들끼리 서로 비벼대며 만들어서 나는 소리지만 그것을 몰랐을때는 귀신의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바람이 불 때 나는 소리가 이제 순교자들의 휘파람처럼 들린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겨울에 무덤속에만 있기가 답답해서인지, 휘파람을 모두부는 것처럼 들린다.
잠시 서 있다가 같이 휘파람을 불었다.
처음 낮은 소리로, 다음엔 높은 소리로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슬며시 작아들게 휘파람을 불었다. 신자들은 점잖은 체면에 신부가 휘파람을 분다고 질색하겠지만 순교자들의 휘파람과는 잘 어울리는 것같았다.
추석이 가까워오는 요즈음, 동네 꼬마들이 폭죽을 가지고 놀며, 지나는 사람들에게 휘파람을 불어댄다. 갑자기 순교자들의 무덤을 생각하고 뒤돌아보면 보이는건 자기집 담장위로 올려진 꼬마의 싱거운 웃음뿐이다. 노망도 아닌데 겨울이 오기전에 휘파람을 듣고 멈춘 것은, 어릴 때 눈싸움하기위해 겨울을 기다리던 마음과 별로 다를것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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