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추석이다. 오늘을 전후하여 사람들은 조상들의 무덤을 찾아 성묘를 한다. 신자들은 무덤앞에서 연도를 바치는 아름다운 풍습을 지나고 있다.
조상의 무덤을 비롯하여 주위의 수많은 무덤들을 바라보면서 인간은 자연스레 죽음을 생각한다.
병들어 죽었거나 사고로 인해 불의에 죽었거나 늙어서 천수를 다했거나 정의와 진리를 위해 죽었거나간에 이승에서의 죽음은 대동소이,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하느님앞에 서있는 인간으로서, 하느님께 판단받는 최종 시점으로서의 죽음은 인간으로선 측량할수 없을 정도로 사람마다 큰 차이가 있다.
오늘 한가위대축일을 맞아 특별히 생각해 볼만한 죽음이 있다.
폴란드의 성인 막시밀리안 꼴베 신부의 죽음이다.
그는 남을 위해 죽었다.
그는 이름난 사람을 대신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대신한 사람은 아내와 자녀를 가진 그냥 평범한 육군 중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사제이자, 백만부나되는 잡지의 편집장을 지냈을뿐아니라 박사학위를 둘씩이나 지닌 꼴베 성인이 자신의 목숨과 바꿨을까. 그것도 2차세계대전의 전화(戰禍)가 세계를 휩쓸어 그 어느때보다 자신의 신분과 역량이 필요했던 시기에, 저 악명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아사형을 손수 자의로 받아 들였을까.
이유는 단 하나. 복음의 가르침때문이었다. 성인은 「이웃 사랑」이라는 단순한 가르침을 실천했던 것이다.
『벗을 위해 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 13)는 가르침때문이었다.
오늘 한국교회를 개관해 볼 때 이런 단순한 사랑은 성당의 전례때나 공식적인 훈시중 말로 나무할뿐, 실제 생활가운데서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한국교회는 순교와 박해의 시대를 거치고 일제와 6.25를 겪은후 사회의 외형적 성장에 발맞추어 함께 성장해 왔다. 그러나 그 성장은 외형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사치풍조 빈부격차 지역감정 세대간의 격차등의 병고를 교회가 치유하고 있기는커녕 그대로 함께 지니고 있고, 분야에 따라서는 교회가 더 지독히 앓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럴진대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막는 소금이라고 말할수도 없고, 사회의 어둠을 밝히는 빛이라는 말은 더 군다나 어불성설이다.
한국교회가 한국사회를 위해 제구실을 다하지 못하는 오늘의 상황에서, 꼴베 성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그분이 가진 남을 위해 죽는 정신만이 오늘의 이 질곡의 땅에서 교회를 그리스도의 신부로, 이 시대 이 땅의 빛으로 그리고 소금으로서의 제 구실을 할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교회를 구성하는 이는 우리 모두이다. 우리 모두는 사회의 흐름에 편승하지 말고 과감히 거슬러 역류해 나가야 한다.
생을 위한 아귀다툼, 원초적인 본능만이 번뜩이는 곳에서 죽음으로써 계명을 따른 꼴베성인은 이 시대 이 땅에 사는 우리의 귀감이다.
아울러 우리는「마리아를 통해 그리스도께로」란 구호가 성인의 생애를 관통하면서 실천해 갔던 좌우명이었음을 상기, 성모 마리아께 자신을 봉헌해 성모님께로 부러 하느님만 찾는 지혜를 배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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