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대권주자로 나선 한 사람은 천주교 신자였고 그 경쟁상대는 개신교 신자였다. 여론이 천주교신자 후보에게 약간 유리하게 돌아가자 상대편 후보진영에서는 종교적인 문제를 들고 나왔다.
개신교 후보진영에서는 천주교에 관한 온갖 악선전을 교회의 설교대를 통해、각종 만화와 팜플렛을 통해 뿌려댔다.
『천주교 신자 후보가 당선되면 미국은 로마 교황의 지배하에 놓인다』는 둥 『천주교는 마리아교이므로 미국은 우상숭배 국가가 되고 만다』는 둥 해괴망측한 별별 유언비어가 국민들을 현혹했다.
그러나 천주교측에서는 일언반구 대꾸 하지 않고 진정되기만을 바랬다.
당시까지만 해도 지금과는 달리 개신교가 미국사회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서인지 결국 천주교신자 후보는 낙선하고 말았다. 당시 유포된 천주교 왜곡선전 유인물 수천종이 현재 가톨릭계 대학인 미국의 「노트르담」대학 도서관에 보관돼있다.
만약 그때 천주교신자 후보진영과 교회 측에서 「진실을 알린다」는 차원에서 역선전 홍보에 주력했더라면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을까 자못 궁금해진다.
소위 「종교개혁」(가톨릭 입장에서는 「종교혁명」이라 부르는게 타당하다는 견해가 설득력이 있다) 이후 교회사 등 역사적 사실과 교리 및 가톨릭 문화전반에 걸쳐 얼마나 많은 중상모략이 있어 왔던가.
일반적으로 교회는 위의 대통령선거 사례에서 보듯이 상대방이 중상모략해도 똑같은 대응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
오직 「진실은 밝혀지고야 만다」는 자세를 가지며 때를 기다리기만 했다. 그런 자세는 참으로 「어머니」같은 교회답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현대세계에 있어 매스미디어가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커 이같은 자세의 변화가 촉구되기도 한다. 매스컴의 위력은 왜곡 날조된 역사적 사실이라 하더라도 기정사실화、진실화해버리는 무서운 마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진실이 왜곡된 상황에서는 아무리 구원의 소식을 전하려 해도 잘 먹혀들지 않는 법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현행 중·고·대학의 세계사 교과서의 가톨릭 왜곡부분을 바로잡아 보려는 가톨릭교육재단협의회와 한국사목연구소의 일련의 노력은 아무리 상찬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한국사목연구소는 이미 간행한 「세계사」편외「국사」와 「사회편」도 곧 간행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이들 교육자료집은 「참고서」에 불과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일선교사나 사학자들 또는 문교부 등 교육관련 행정부서가 말 그대로 「참고」로 끝나버리면 그만이다.
교회는 한걸음 앞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과 미국에서 한국역사가 엄청나게 왜곡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반대로 일본은 미국학계에 많은 액수의 연구비 투입과 장학제도 운영으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일본역사를 기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를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지말라는 법은 없다.
우선 신자교사와 학자들을 상대로 왜곡선전된 교회사 등에 대해 바로잡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일반학계에도 천주교와 관련한 잘못된 부분을 새로 바로 잡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교회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는 연구비 지원、각종 장학제도 설치운영 등으로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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