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로 부터 양들의 족보에
늑대의 피가 섞여 있음이련가.
썩은 고기 탐욕으로
물고 뜯는 뛰기들이 있어
우리는 허물어지고
양들이 흩어짐에
가슴이 메입니다.
말썽꾸러기 아이를 때린 엄마가
속으로 울듯이
막무가네 옹고집을 책한 아픔과
쓰다듬 달라는 응석 부림에
사랑의 끓는 심장 보이지 못하는
안스러움으로 하여
가슴은 멍이 듭니다.
바윗산 짓누르는 고뇌와
날벼락 변고로 깨어진 삶을
애소하는 양들에게
후려한 말 한마디 줄 수 없어
스스로 벙어리가 되어야 할 때
가슴은 돌이 됩니다.
품삯꾼 된 게이름으로 하여
추위가 불어오는 어둔 밤길에서
굶주림에 떨고 있는 양들 있음에
비린내나는 영혼이 스스로 부끄러워
때늦은 뉘우침으로
한숨을 토해 냅니다.
날마다 기도의 촛불도
정화된 밝은 영혼들
서로를 내어주는 나눔으로 하여
살찐 영혼들 만남에
들려오는 영혼의 맥박소리!
가슴이 환해 집니다.
홀로임에 힘겨워 주저앉을 무렵
기도로써 일으켜주고
작은 정성에도 기쁨으로 달려와
피보다 진한 뜨거움으로
안겨오는 양들이 있어
가슴은 젖어 옵니다.
하여
사제는 오늘도
아픔과 안타까움의
회심과 새로 낳음의
기쁨과 감사로움의
일기를 씁니다.
심장 한 복판에.
1990.5.6. 성소주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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