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도시인 로마는 언제나 신비한 곳이다. 폴란드의 체스토코바에 이르는 순례길은 로마에서 시작해서 로마에서 끝났다. 체스토코바의 야스나고라(맑은 흰 언덕)의 검은 성모님의 성전에서 있었던 세계 젊은이의 모임에 참가한 한국 네오 까떼꾸메나또 공동체의 우리 일행 32명이 마지막 일정인 마드리드를 떠나 로마로 돌아 왔을 때, 뜻밖에도 교황님의 아침미사에 초대되는 선물을 받게 되었다.
로마 외곽의 「가스텔 간돌포」에 도착하니 아침 7시 였다. 짙푸른 소나무 향기가 피어오르는 언덕길을 달려 도착한 그 성은 교황님의 여름별장이었다. 매주 수요일 마다 있는 일반접견에서 군중 사이에 섞여 그분을 만나기는 쉬워도, 별장에서 손수집전하시는 미사에 참여한다는 것은 참 드문 일이기에 우리는 모두 설레이는 마음으로 별장 안 작은 광장을 들어섰다.
우리와 함께 초대된 일행은 수도자들과 폴란드에서 온 순례자들 약 2백여명 이었다. 우리와 함께 순례길에 동행한 손도마 신부님과 한국에 파견된 삐에로 신부님, 인도에 파견된 레오나르도 신부님이 교황님과 함께 미사를 집전하셨다.
고르바초프가 복귀한 바로 그 다음날 아침이었는데, 헝가리에서 막 돌아오신 교황님은 피로에 지친 모습이었고, 고개를 숙이신채 강론없이 몇 분을 묵묵히 앉아 계셨다. 머리카락은 눈이 내린듯 회었고, 둥글게 굽은 어깨로는 온세상을 떠 받치고 계시는 듯 했다.
그분과 마주보고 앉아있다는 것 만으로 충분한 미사였다. 미사가 끝난후 우리는 광장에서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교황님이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오셨다. 우리는 폴란드의 순례에서 새로 배운 노래 「MARIA DI JA SNAGORA」를 힘차게 불렀다.
그분은 놀라시는 것 같았다. 고국 폴란드의 야스나고라의 성모님에 대한 노래를 한국사람들이 라틴말과 이태리말로 노래하는 것은 참 드문일일 테니까. 그분은 잠깐 우리를 보시더니 『이 개구장이들아』하는 표정으로 손을 흔드시고는 천천히 우리에게로 오셨다.
우리는 환호성을 올렸고 그분은 우리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셨다. 『너희들 틀림없이 네오까떼꾸메나또 이구나』라고 말씀하시는 그 분의 얼굴에서 웃음이 피기 시작했다. 삐에로 신부님과 안토니오씨가 『이 사람들 가운데는 북한에 헤어진 가족이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만일 야스나고라의 성모님이 간구하신다면 이 사람들이 복음을 전하러 파견될 것입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그분은 특유의 굵고 낮은 목소리로 『BENE BENE』라고 대답하셨다. 우리는 더욱 더큰 목소리로 기타에 맞추어 시편 45편을 노래했다. 그건 바로 그분께 드리는 노래했다. 『너는 아름답다. 가장 아름답다/아담의 아들 종에 아담의 아들중에 은총이 깃든 네 입술 너는 복되어라/영원히 너는 복되어라』
우리 노래를 듣고 그분의 얼굴이 밝아지신 것을 보며 우리는 「가스텔 간돌포」를 떠나왔다.
폴란드의 목자이셨을 때 그분은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나 야스나고라의 검은 성모님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셨다고 한다.
순례를 통하여 교황님과의 아침미사를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분도 야스나고라의 성모님일 것이다.교회를 만나고 또 교회 안에서 산다는 것은 참으로 큰 기쁨이고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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