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구는 미웠지만 그의 아내와 자식들을 생각하게 되었고 내 자신이 친구가 좋아서 어려운 결심을 할때를 생각하게 되었다.
부도가 나자 무책임하게 경찰서로 걸어 들어가버린 그가 한없이 미웠지만 합의서와 진정서에 도장을 찍어 주고 새생활을 시작하여 옛날의 친구로 다시 돌아 오기를 원하였다. 나는 이 일로 수개월 동안 회사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가 컸으며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 회사의 경영상태는 최악이였으며 집안 살림도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는 가운데도 친구를 용서해 주라는 리드비나의 충고는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고 그런 아내의 사랑이 그저 고맙기만 하였다.
그런데도 하느님께서는 나를 이런 시련만으로는 참인간으로 만드시기에 부족하셨던지 이번에는 아버지께 위암이라는 선고를 내리셨고 의사는 3개월을 사시기가 어렵다고 진단 하였다. 연속극이나 소설속에서 보는 시한부 인생을 다른 사람도 아닌 나의 아버지가 당하게 되니 그저 암담 하기만 했다. 병원에서는 수술도 불가능 하니 집에 모시고 가라고 했다. 당시 연세는 75세. 어떻게 생각하면 살으실 만큼은 사셨다. 그러나 이렇게 갑자기 떠나시게돼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았으며 특히 고통이 심한 위암으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실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더욱이 할머니께서 생존해계시니 답답하기만 했다.
우리 형제들은 모든 능력을 동원하여 조금이라도 더 사실수 있는 치료 방법이 있나 여기 저기 수소문해 보았으나 길이 없었다. 나는 날마다 미사와 기도중에 아버지께서 당신의 생을 정리 하실수 있도록 시간을 허락해 주시고 정 불러 가실바에는 큰 고통이 없게 해달라고 기도드렸다.
그런데 기도때마다 수술을 해야한다는 주님의 응답이 느껴졌다.
그래서 가족회의 때마다 수술을 주장하게 되었고 이 문제로 형님들과 언쟁을 하게되었다. 의사가 노인이라 수술을 해도 고통만 당하시다 결국은 돌아 가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적당한 시기에 퇴원을 하기로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날 전혀 생각지도 않은 다른 병원에 근무하시는 의사선생님께서 병문안을 왔다가 아버지의 병환을 보시고 자기가 치료를 하고 싶다는 의사표시를 해왔다. 그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하시고 3개월 후에 퇴원을 하셨는데 수술후 그렇게도 염려하던 회복이 젊은 사람보다 더 빨랐으니 오직 주님께 감사 할 뿐이었다. 아버지께서는 고향에서 3년을 더 사셨는데 봄에 할머니께서 먼저 세상을 떠나시고 그해 십일월에 세상을 떠나시니 이 보다 더 복된 일이 어디 있으랴.
나는 아버지의 병환을 통하여 주님과 더욱 가까워 졌으며 성모님에게 기도하는 법도 배웠다. 주님께서는 기도를 들어 주실대 직접 해결해 주시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방법을 가르쳐 주시는데 우리는 그 은총을 욕심 때문에 알아 듣지 못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정말 어려움속에서 회사를 꾸려갔으며 그러는 중에도 성당의 봉사활동은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였다. 리드비나도 어려운 살림이지만 불평없이 잘 참아 주었으며 나에게 희망을 잃지 않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나는 감내 하기 어려운 시련속에서 남을 용서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가를 체험하였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