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맑고 햇살이 밝은 이 계절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조상님들의 무덤을 손질한다. 추석이 가까왔기 때문이다. 조상님들의 무덤 앞에서 모든 자손들이 함께 예를 올리기 위해서 지난 여름내내 방자하게 자라난 잡초들을 제거하며 웃자란 떼를 깎아준다.
아주 정성어린 몸짓으로 베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일까? 적어도 하느님을 믿는 사람으로서의 생각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하는 문제를 스스로 질문하여 본다.
무엇보다 먼저 벌초하는 모습에서는 머리깎는 수도승의 모습이 떠오르고 뒤이어 거울앞에서 화장하는 여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또한 베어져 한쪽에 치워지고 있는 잡초들은 조상님들께 그동안 불효했던 우리의 마음같이 여겨진다. 그래서 헝클어지고 잡스런 생각으로 가득찼던 우리의 마음을 깨끗이 정리하는 모습이 생각나기에 벌초란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자신의 생활에 정리하는 여유를 주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리 효도하고 부모님을 잘 모신 사람이라도, 불효자와 똑같이 울어도, 근엄하고 높은 지위에서 빈틈없이 살려 노력하는 사람도, 그 누구가 울어도 흉이 되지 않는 시기가 바로 이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것은 잘난척하고 살았든지 굽히고 살았든지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시간이며 장소인 이곳에 돌아가신분들과 살아있는 사람들이 함께 숨쉬며 먹고 이야기 나누는 예식이 있기 때문이다.
벌초를 끝내고 산에서 내려오면서 앞서 걸으시는 부모님의 어깨가 작년보다 더 굽으셨다는 사실을 느끼며, 머리를 깎는 수도승의 마음과 신랑을 기다리며 단장하는 여인의 마음처럼 아름답게 살수는 없을까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런 두가지의 마음으로 어렸을 때 아버지의 어깨가 하늘을 가렸는데 지금은 그 어깨너머로 하늘이 보인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부모께 효도하고 하느님께 충실한 삶을 사는 길일까 생각한다.
아무도 벌초를 강요하지 않고 그 누구도 벌초를 큰일로 여기지않아 자기의 손으로 하는 대신, 사람을 사서 벌초를 끝내는 사람들이 많은 지금에 입으로는 늘상 효도와 신앙을 외치지만 사실 마음으로는 무덤위에 방자하게 흐트러져 우거진 잡풀들의 모습처럼 그렇게 흐트러져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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