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바람직한 가치관 정립과 이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청소년 헌장」이 지난 5월 12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선포됐다. 미래사회를 이끌 청소년들이 이상과 포부 이들에 대한 가정ㆍ학교 그리고 국가ㆍ사회의 역할을 강조한 이날 청소년 헌장 선포식은 40여개 청소년 단체들이 준비한 각종 프로그램 전시회와 발표회 등의 축하행사로 이어졌다. 다음은 14일까지 열린 청소년 헌장 선포 기념행사중 매스 미디어교육을 받아온 살레시오회 청소년 대표가 낭독한 「부모님께 드리는 글」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 감히 말씀드릴 내용은 현재 저희들이 보고 듣는 TVㆍ라디오ㆍ잡지 등의 대중매체가 지금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아버지 어머니의 이해와 도움을 구하고자 합니다.
고도로 발달해 가는 이 시대에 우리 청소년들은 진정 간직해야 할 많은 것들을 뒤로하고 말만 들어도 무서운 마약과 본드의 노예가 되어 스스로 하느님의 아름다운 모상을 닮은 인간이 되기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많은 친구들의 자살, 갈 곳 없는 비행 청소년들…. 분명 희망찬 내일의 꿈을 간직한채 밝고 순수하게 자라야 할 우리 친구들이 왜 이렇게 슬픈 모습이 되어야만 하나요?
아버지, 어머니!
이 모든 일들이 저희들의 잘못이라고 외면하시기 전에 잠깐만 생각을 돌이켜 보아 주십시오.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대화와 사랑을 간절히 원하는 저희들의 순수한 마음을 오직「돈」하나만으로 해결하지는 않으셨는지요?
폭력과 윽박지름으로 저희들을 무시하거나 지나쳐 버리지는 않으셨는지요?
무분별한 소비생활로 저희들의 인생관을 흐트러 놓지는 않으셨는지요?
때로 어른들의 고집과 욕심으로 어린 저희들의 가슴에 방황의 길을 터 놓지는 않으셨는지요?
아버지 어머니, 거리를 한번 봐주세요.
길거리 담벼락에는 우리가 보기에 너무도 부끄러운 영화 광고들이 쉴새없이 나붙어 있습니다. 서점 진열장에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담은 잡지들이 우리들의 마음을 흐트러 놓고 맙니다. 저희 청소년들의 때묻은 돈으로도 쉽사리 사볼 수 있는 원색 잡지들….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 이런 것들을 볼 때마다 저희들의 마음은 괜히 무거워집니다.
학교생활을 통한 학습활동 보다는 돈만을 벌기위해 잘못 방영되는 저질 영화나 TVㆍ라디오 등의 대중매체에 저희들의 사고와 판단을 맡겨버릴 때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흐트러진 마음을 잠시나마 멀리하기 위해 산이나 들로 소풍을 가자는 친구들이지만 막상 가보면 유원지를 거의 거의 메꾸다시피한 상인들의 손길이…. 총이나 공으로 뭘 맞추거나 넣은 이런 게임의 최고상품이 담배 다섯갑이라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우리 상인 아저씨들의 모습을 봅니다.
너무나도 커져버린 청소년 문제, 저희들뿐만이 아닌 엄마ㆍ아빠 기성세대들의 책임감 또한 적지 않으리라 봅니다. 폐쇄된 사회 환경속에서 우리들은 어떤 이상과 희망과 포부를 가져야 합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친구들은 자살과 마약ㆍ본드 중독으로 괴로워하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날마다 쏟아지는 이런 엄청난 환경속에서 우리 청소년들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공해로 질식할 것만 같은 뿌연 하늘만 쳐다보고 다녀야 하나요?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만 내려다보고 걸어야 합니까? 커가는 여린 풀잎과도 같은 저희들이 높이 솟은 빌딩숲에 결핍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매년 돌아오는 봄이지만 항상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이 계절에는 작고 보잘것 없는 생명도 소중하게 키워내는 진리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저희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봄날 싱그럽고 파릇한 새싹의 기운처럼 내일의 사회를 짊어지고 갈 저희들이 순수하고 밝게 그리고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아버지 어머니의 따뜻하고 큼직한 두 팔로 저희들을 힘껏 안아주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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