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전교가 가장 잘 되는 나라중의 하나로 꼽히던 우리나라가 현재 「예비자는 감소하고 냉담자는 증가한다」는 우려할 사태를 맞고 있다.
「예비자 감소」「냉담자 증가」라는 문제를 놓고 각 교구는 나름대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문제의 원인으로는 「민주화추세로 인한 교회역할 불투명」「GNP증가로 인한 국민의식의 현세지향ㆍ향락화」「개인주의 팽배에서 오는 현상」등의 교회외적인 시대적 요인과 함께 「교리교육이 너무 주입식이라 생활하기가 힘들다」「교회가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지 않는다」「예비자 확보에 대해 신자들이 적극 나서지 않는다」등의 교회 내적인 요인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교회로 들어오혀 하지 않고 또 교회안에 있던 사람들도 교회를 떠나는 현상의 원인은 우리가 이제 좀 잘살게 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어렵고 힘든때 인격적이든 비인격적이든 초월적인 데로 향하다가 잘살게 되면 지상의 것으로 쉽게 만족해 버리는 것은 인간의 속성중 하나다.
이로인해 우리나라 사람들도 종래『종교를 선택하라면 가톨릭을 택하겠다』『가톨릭은 진리의 종교이다』라는 의식이 흐려지고 현세적인데 온 힘을 쏟게 된듯하다.
그러나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사람들이 종교를 멀리하는 현상은 우리가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그리스도교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서구의 국가들이 이미 겪어온 바이다.
서구의 교회들이 밟아온 전철을 현재 우리도 그대로 겪게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부가 경제성장 일변도의 정책을 펼 때 그리고 「미래의 선진조국」등의 구호를 내세우며 국민들을 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때, 왜 미리 오늘날과 같은 사태에 대해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교회가 지난날 「신자수의 급증」「교세성장」 등의 외형적 발전에 어느 정도 자만했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교회의 전정한 사명에 대해 숙고하고 모두가 정성모아 한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오늘날의 한국사회는 진정으로 가톨릭교회를 필요로 한다.
누구나 주지하다시피 국가가 형성되는데는 물질적ㆍ외형적인 힘보다 정신적ㆍ내형적인 가치를 훨씬 더 필요로 한다.
이땅에 만연되어 있는 도덕적타락ㆍ물질만능의 의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가톨릭교의 전통에서 나오는 정신적 자산과 윤리적 가치가 절대 필요하다.
한국사회가 앓고 있는 과소비풍조ㆍ향락ㆍ허영 등은 가톨릭교회의 근검 절약정신으로, 이혼ㆍ가정폭력ㆍ패륜 등은 교회의 가정성화 정신으로, 공직자 비리ㆍ뇌물만연 등 부정부패는 가톨릭의 정의로, 낙태 등의 생명경시 풍조는 가톨릭가르침의 근본중 하나인 생명존중 사상으로 치유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교세감소를 우려하기 보다 사회가 복음적으로 치유되지 않고있다는 사실을 진정슬퍼해야 한다.
먼저 교회부터 복음에 입각, 치유돼야 한다. 복음적이지 않는 교회내 관습ㆍ재산사용 등은 복음에 따라 변혁돼야 한다. 이 과업이 우리가 해야 하는 최우선적 작업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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