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미사
-제62주년 남산 본당의 날에-
첨탑 위로 걸려있는 붉은 태양은
천상에서 내어다 건 광명의 시계
째깍 째깍 십자가 길따라 일, 이, 삼, 사, 오、 …
어언 육순의 세월.
그세월 이어오는 동안
양들의 어리석음으로
어느 때는 굵고 가늘어
멈추일 듯 이어온 종소리.
뒤엉킨 마음과 마음의 고
풀어 헤이느라, 밤낮으로 기도하던
목자들의 굳은 살 튼 무릎팍,
그 무릎에 파인 피멍만큼
양들은 회개하여 태양위에 서 있는
십자가 그늘에 쉴 수 있었다.
이제, 은총입은 손으로 태엽을 감고
날마다 푸른 종소리 세상에 울리면
금 간 손과 손 갈라진 가슴 가진
이방의 양들이 일용할 양식을 위하여
찾아드는 온유의 품속-,
천사들의 노래소리 영원에로의
다리 놓으며 충만한 별에 익은
사랑의 씨 눈 틔우는……
오, 우리들의 남산!
성모품에 안긴 성자의 안식처럼
녹색 향기 그윽한 양들의 낙원.
영생을 위하여 봉헌된 밀알로
가난의 양식을 짓는 교회의 굴뚝에서
모락 모락 순결의 연기 피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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