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 선조들의 신앙정신을 기리기 위한 원주교구 순교자 현양대회가 9월 26일 배론성지에서 열렸다. 아침부터 하늘이 흐린듯 싶더니만 미사가 시작되고 20분이 지나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줄곧 가을비가 촉촉히 내렸다.
성지를 가득 메운 대부분의 신자들은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듯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안타까워 했고 어떤 신자들은 손에 우산을 들고 있던 몇몇 신자들 옆으로 삼삼오오(三三五五) 짝을 지어 모여 들었다.
그러나 우산을 받쳐 드는 것도 일부분일뿐 쉬지않고 내리는 비를 피할방법은 없었다.
깔고 앉았던 돗자리 위로는 물이 흥건히 고였고 신문도 푹 젖어서 아무 쓸모가 없었으며 오히려 쓰레기만 더 만들 뿐이었다.
봉헌이 끝나고 성체 모실때가 되어 주위를 둘러보니 우산은 거의 접힌채로 신자들 손에 들려 있었고 정지한 듯 제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서 있는 신자들의 젖은 머리와 어깨 위에서는 김이 피어 오르고 있었다.
허리가 꼬부라진 백발의 어느 노부부역시 기운이 모자라 땅위에 앉아 있었을뿐 축축하게 젖은 땅을 불평하지 않았다.
행사진행자는 조용히 미사 안내에만 열중해 있었고 『선조순교자들의 신앙을 본받기 위해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런지 묵상해야 한다』는 사제의 강론만이 여운으로 남아 있었을뿐 조용히 해달라는 부탁의 말을 하는 사람도 하나 없었다.
날씨관계로 십자가의 길 등 부수적인 행사가 생략됐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휴게실로 내려가는 신자들의 손에는 젖은 신문등 휴지가 가득 들려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입을 모았다. 『우리의 선조들은 목숨을 내놓으면서 신앙을 증거했고 순교했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해야할 순교는 자신을 죽이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산이 있다고 우산을 쓰게 되면 우산이 없는 옆사람은 나때문에 더 비에 젖을것 아닙니까? 』
소돔과 고모라가 열사람의 의인(義人)이 없었기 때문에 하느님으로부터 벌을 받았다는 사실을 생각할때 원주교구 신자들이 순교자 현양대회에서 보여준 이웃사랑과 순교자를 본받으려고 한 태도를 보고 「우리는 과연 무엇을 묵상해야 하는가」를 오늘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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