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맡고 있어서 주일학교에 관한 일을 자주 떠맡게 된다. 그렇게 하다보니 어떤 일을 계획하고 실행해나가는 과정에서 물건 주문을 자주하게 된다.
작년 여름 본당 초등부 전체에게 성경학교 선물로 가방을 배부하게 되었다. 여기저기 수소문해본 결과 본당신부님의 당부도 계시고 하니까, 성당 신자분 중 가방을 전문으로 하는 곳을 찾게 되었다.
마음 같아선 단가가 높게 책정되더라도 멋진 가방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작은 본당이 되다보니 그렇게 좋은 것으로는 할 수가 없었고 중 정도의 수준으로 주문을 하게 되었다. 예정대로 성경학교가 시작되기 전날 가방은 도착했다. 그러나 주문했던 디자인도 아니었고 천도 예상 밖이었다. 기분은 나빴지만 주문한 가격이 낮아서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하고는 울며 겨자먹기로 참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가방을 나누어 주자 꼬마들은 무척이나 기뻐하였고, 가져온 도시락 책 등을 가방에 담으며 자기 가방에 이름을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몇몇 꼬마들이 울상을 지으며 달려왔다. 저학년이라 이름을 쓸 수 없어 그런가 생각했더니 그것이 아니었다. 가방을 들자마자 금방 가방끈이 떨어져 나갔고 쓸모가 없어졌다.
그때서야 가방이 튼튼하지 못함을 알았다. 박음질 상태가 좋지 못하고 가방끈이 겨우 눈가림만 할 정도로 엉망으로 부착되어 있었다.
별난 꼬마들은 바느질이 아주 튼튼해도 잘 견뎌내지 못할 텐데….
이런 경우를 개인적으로는 몇 번 경험해보았다. 하지만 대표로 일을 맡아 이런 경우를 당하고 보니 당혹감이 앞선다.
이런 경우를 당하고 나서부터는 앞장서서 무슨 일을 행한다는 것이 두렵기조차 하다. 신자분이 하는 상점이라고 무조건 가격을 낮추려 하는 것도 문제가 있겠으나, 똑같은 가격을 대하더라도 가톨릭 신자로서의 본분과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주님의 이름으로 공정거래가 오고가야 하며 가톨릭 신자라는 허울 좋은 간판을 내건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진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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