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없는 일상의 권태속에서 곧잘「주님의 뜻」이란 미명아래 자신을 위안하던 나약한 심성을 단숨에 신앙의 불로 일깨워주는 소중한 책이 있어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제네시 일기」. 철학자이자 교육자인 헨리 뉴엔 신부가 7개월간 제네시 트라피스트 수도원에서 수사들과 함께 노동과 기도생활에 온전히 참여하면서 기록해온 일기책이다.
소녀시절 한때 무척이나 동경했던 트라피스트 봉쇄수도원 생활의 일기라 호기심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내려 갔으나 글 한줄 한줄마다 무엇이 나를 잡아당겨 한참동안 깊은 명상에 빠지곤 했다.
저자가 이 책의 맺음말에서 『아마 내 인생에서 한차례 다볼산의 체험밖에 없게될지 모르지만 그 체험에서 얻어지는 새로운 힘과 지복직관의 사실을 끊임없이 되새기기에는 제네시 수도원에서의 7개월이 실로 충분할 수 있을지 모른다』라고한 말은 이 책을 읽은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이 책의 끝장을 넘기며 마음에 와닿는 것은「은총이란 일상적인 평범한 작은 계기와 그순간 속에서 계시되고 주어진다」는 점이다.
뉴엔 신부는 제네시 수도원에서의 일상생활을 통해 온세상의 아름다움이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여 겸손되이 피어난 한송이 작은 꽃에서 발견할 수 있듯 하느님의 위대하신 은총도 하나의 작은 계기속에서 만날 수 있음을 일깨워 준다. 뉴엔 신부는 그 체험이 비단 특수보호구역이라고 착가될 수 있는 봉쇄 수도원 안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님을 강조하면서『수도원은 문제점들을 해결해주기 위해 생긴 것이 아니라 문제점들을 안은 상태로 주님을 찬미하기 위해서 생긴 것이다』고 지적한다.
누군가가『교회가 바로 커다란 수도원이다』라고한 말대로 세속에 사는 신자들은 더 크고 복잡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 수도자들이라할 수 있으니 뉴엔 신부의 그 깊은 통찰력에 공감이 간다.
『폭풍속에서도 고요를 잃지않는 깊은 해저같은 주님의 현존 안에서 겸손되이 마음을 열고 영혼 깊숙히 내재하시는 주님께로 조용히 다가앉는 이들에게는 거센 태풍속에서도 주님의 목소리를 들을수 있게 하시고 희망과 평화의 은총도 아낌없이 베풀어주신다』는 약속을 재확인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글 한줄 한줄이 영혼 깊숙히 뜨거운 불길로 다가오는「제네시 일기」를 읽을 기회를 주신 주님의 운혜에 감사드리며 이 귀한 책을 한신앙의 형제ㆍ자매들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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