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님과도『시어머니와의 생활에서 수고가 많으시겠습니다』하고 위로하며 대화의 길을 트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몇 개월이 지났고, 할머니의 병세는 악화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고부간의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밝아지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의 표정에서 평안을 찾을 수 있었고, 주님의 사랑안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진정 화해를 이루게 된 것입니다.
나중에 며느님이 하신 말씀입니다만 시어머니께서는 처음부터 며느리인 자기를 못 마땅하게 생각하셨고, 그래서 대화없이 지내자니 자연 병이 나셨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시어머니를 모시고 지내자니 이 집으로 시집 온 자신마저도 미워지더랍니다.
성당에 나와 신부님 강론 말씀을 듣고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후회하고 다짐하지만 집에 들어서면 또 시어머니를 대하기만 하면 마음이 불편하고 고통스러웠다는 것입니다.
그러던 중에 시어머니의 병이 악화되자 시어머니의 두 손을 잡고 마음속으로 수없이 잘못을 빌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시어머니께서 자신의 손을 꼭 잡으시더니『내게 사랑이 부족하여 너를 괴롭혔구나. 내 잘못을 용서해다오』하시더랍니다. 그 순간 지금까지 쌓이고 쌓인 모든 벽이 한꺼번에 무너지더랍니다.
얼마후에 그 할머니는 노인대학 친구 할머니들과 봉사자 임종봉사를 하는 본당 사도직단체에서 일하는 신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평생 원망스럽고 한 맺힌 삶을 주님 사랑안에 다 묻으시고 평화로이 눈을 감으셨습니다. 이렇게 하여 몇주가 지났습니다.
수녀님께서 바자를 준비하자고 하셨습니다. 매듭ㆍ뜨게질ㆍ바느질 등을 다른 봉사자들 에게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봉사자들은 처음부터 해 보지도 않고 못한다고 우기더니, 심지어는 노인대학에 까지도 나오지 않을 듯이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습니다.
수녀님과 저희 봉사자들이 열심히 설득한 결과 곧 이해하시더니 그토록 반대하던 노인분들께세 오히려 더 열심으로 바자준비에 열중하셨습니다.그래서 이번 여름방학에는 각자 나름대로 작품 한가지씩 해오기로 약속까지 했습니다.
각 반에서 합동 작품도 한가지씩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신부님께서는 3년전부터 재배해오던 빠삐루스(성서에 나오는 식물)라는 나무 한 그루를 화분에 심어 주시면서 잘 가꾸어서 바자에 내어 놓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는 신부님 자랑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희 본당 박고빈 주임신부님은 노인분들을 위해 사제가 된듯합니다.
고전무용하시는 선생님, 창을 하시는 선생님…노인분들이 좋아하실듯 싶으면 어떻게 하든지 또 어디서든지 오시게 하여 노인들을 즐겁게해 드리는 것입니다. 특히나 건강에 대해서는 더욱 애를 많이 쓰시는 것 같습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그것은 노인대학 소풍에서의 일입니다.
신부님 두 분께서는 노인들과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시어 노인들이 하는 모든 게임을 함께 하시면서 즐기셨는데, 게임중에 구식 신랑과 신부를 꾸미는 것이었습니다. 그 신랑과 신부를 두 분 본당 주임ㆍ보좌신부님게 부탁드렸습니다. 노인들은 두파로 갈라져서 시작했는데 이곳 저곳에서 폭소가 터져나왔습니다.
본당 보좌 신부님이신 조신부님께서는 신랑이 되시고, 박신부님께서는 신부가 되신것 입니다. 신랑이 되신 조신부님도 우스웠지만 그래도 젊으시니 예쁘셨습니다. 그런데 박신부님은 쪽두리를 쓰시고 비녀를 꽂으시고 연지곤지를 찍으시고 나삼을 입으셨는데 치마가 없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웃음이 나와 숨이 넘어갈 지경인데 신부님께서는 『치마를 갖다 입혀야지』하시면서 고무신까지 찾으셨습니다. 그리하여 큰상까지 차려 신랑 신부 상견례까지 하시는데는 그 모양이 정말 배꼽이 빠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도 위엄이 있으시고 두렵게만 여겨지던 신부님, 감히 말씀도 함부로 여쭙기 어렵던 신부님께서 노인대학생들을 위해 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마다않으시고 다 해주신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노인대학강의 때 노인들에게 희망을 갖게 하려고 열의를 다 하시는 신부님의 말씀에는 노인분들께서 느끼신 것은 한결 같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느 한 노인분께서는 그 고마움에 눈물까지 흘리셨으니 말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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