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씨는 타고난 손재주를 발휘하여 근 40여년을 가톨릭 교회를 위해 크고 작은 간판을 만들어 납품하여 가계를 꾸려가는 기술자이다.
때로는 멋있는 공예품을 손수 조각하기도 하고 기발한 설계로 성당 조경에 큰 몫을 하기도 하며 성물주위를 아름답게 장식하여 많은 신자들로부터 찬탄을 받기도 하는 만능 재주꾼이어서 교구내 여러 신부님들로 부터 많은 주문을 부탁받곤 하였다.
그에게는 신학교에 다니는 외아들이 있었다. 그래서 요셉씨는 하느님의 이끄심으로 외아들이 훌륭한 신부가 되길 학수고대하며 교회의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찾아 나섰다.
요셉씨는 가난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꽃동네다, 한티다, 나자렛 마을이다 안찾아다는데 없이 다 찾아다니면서 봉사와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한마디로 요셉씨는 열심한 「묵은 신자」의 표본이 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인가 이 열심쟁이에게 갑자기 문제가 생긴것이다. 하루는 그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냅다 소리를 치는 것이였다.
『아니, 그 박신부는 왜저래 해도해도 너무 하잖아…』.
그는 ○○성당 박신부의 「십자고상」작업을 의뢰받고서 밤잠을 설쳐가며 혼신을 다해 십자고상을 조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박신부에게서 전화가 와 『다른 업자에게 그일을 맡겼으니 하던 일을 그만두라』고 통지한 것이다.
『집에서 키우는 개에게도 줬던 밥은 안뺐는데 신부가 알면 얼마나 알길래 멋대로 혼자서 일을 처리해!』. 생각하면할수록 요셉씨는 분통이 터졌다.
그는 『다른 사람들도 박신부 한테서 자주 무안들을 당하지않느냐』면서 도저히 이번일은 그냥 넘어갈수 없다고 펄펄 뛰었다.
『신부는 뭐 성당에서 혼자 사나. 독불장군이라도 돼? 도대체 신자없는 신부가 어디있단 말이야. 신부는 우리 평신도들을 주인으로 섭겨야 해….』
요셉씨는 생각하면 할수록 분통이 터져 눈물까지 다 나왔다. 『여보, 마누라! 이젠 신부라면 신물이나. 성당에도 더이상 다니기도 싫고 미사도 이젠 넌더리가 나 우리 이제 성당에도 다니지말고 신학교 다니는 외아들놈도 끌어냅시다』. 요셉씨는 막힌 코를 한손으로 팽팽 풀어가면서 마누라에게 울분을 토로했다. 분이 차츰 식고 시간이 차츰 흐르니 요셉씨는 자신의 못난 행동이 부끄러워져왔다. 『그 빌어먹을 신부도 엄연히 하느님백성을 이끄시는 목자가 아닌가』하는 생각이들자 어느새 그는 화장대 위헤 곱게 모셔둔 성모상앞에 무릎을 끓고 말았다.
『고우신 성모님요, 마! 제가 당신 아드님의 심부름꾼을 욕하고 원망한것은 잘못입니더. 그래도 주님의 심부름꾼이데… 저도 내일 당장 신부님께 가서 욕한 것 사과하고 고백성사도 불테까네 제발 신부님들 좋은 신부되게 해 주이소. 당신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 같이 마, 그래 살도록 기도 좀 해 주이소. 성모님예…』.
요셉씨는 다음날 아침, 새벽미사에 나가 교백성사를 보고 신부님께 자신의 섭섭함을 솔직히 말하고 신부님을 원망한 것을 사과했다. 박신부도 자신의 짧은 생각을 사과하면서 요셉씨에게 매사에 겸손하고 신중한 신부가 되겠다고 말했다.
성당을 뒤로 하며 나오던 요셉씨는 성모님께 『성모님 고맙십데이, 지 외아들도 당신한테 맡길테니 당신 외아드님같이 잘 키워 훌륭한 신부되게 해주이소』하고 화실기도를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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