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서 싫어서 울고 싶어하는 둘째를 기어이 보내야 한다. 타이르다 화를 내고 아파한다.
버스 타는데까지 가서야 입을 연다.
『엄마 갈께』
『잘 있다 와』
방학이라 할아버지 댁에 왔다가 좀더 있고 싶은데 공부 때문에 먼저 가야하는 현실이 너무 싫어서 엄마에게 애원했지만 들어 주지 않았기에 마음이 상해 있다.
보내고 돌아서 오는 내 마음도 아프다. 그리고 잠시 전 출발할때 조손간의 대화가 지금도 나를 서럽게 한다.
방문을 열면서 둘째가 말한다.
『할아버지 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정아! 정아! 갈래?』잠시 깊이 드셨던가 보다. 잠결에 꿈꾸시는 목소리다. 일어 나시는가 했는데 반대 편으로 다시 누우시며 『그래. 정아! 갈래』
손짓으로 걸어둔 옷을 가르키신다. 『가다가 뭐 사먹어라』 『예 ! 할아버지』
부어 오른 얼굴 심통이 나 터뜨리고 싶은데 참아야 하는것을 알기에 힘들어 하는 모습이 나를 안스럽게 한다.
난 말하고 싶다. 며칠 더 있으라고.
그러나 그건 진정으로 자식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훗날 엄마의 마음을 알고 기뻐할 날이 꼭 온다는 확신이 있기에 안스러움에 목이 메이지만 꿀꺽 삼켜야한다.
『정아!』
방문턱을 나서는 손녀딸을 다시 부르신다. 애원하시는듯한 목소리다. 『니가 뭐 컸다고. 볼때기 대고』정이는 쑥스러워 어쩔줄 몰라하면서도 할아버지가 원하시니 다시 들어가 볼을 부비고 나온다.
흐르는 정에 애처로움 용솟음치는 아들에 대한 그리움일께다.
난 아무말도 못하고 하늘만 쳐다 보다 남편의 모습을 떠 올린다. 나도 모르는 사이 뜨거워지는 볼을 주먹으로 훔친다.
그러나 곧 아버지의 음성을 가슴으로 듣는다. 『내가 필요해서 먼저 데려 갔노라. 너와도 항상 함께 하노라』라는 말씀을…
다시금 주시는 평화로 잔잔한 미소를 찾는다.
『아버지시여! 』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마르 14, 36) 정말 나를 버리고 아버지 제 영혼까지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루가 23, 46) 라고 말하고 행하게 하소서』
매일 반복되는 죄를 통해 나의 영혼은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죄의 사슬에서 벗어나 거듭 새로워지려는 마음이 있기에 용기를 낼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이 결국은 하느님을 닮으려는 열망이 아닌가 한다.
나는 죽는 순간까지도 아버지이신 하느님이 보시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어린아이일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하실것 같다.
『니가 뭐컸다고, 니가 뭐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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