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늦은시간 !
문이 스르르 열리면서 손을 쑥 내민다.
『배 고프다 먹을 것 줘』깜짝 놀라서 얼른 올려다보았다. 어설픈 차림새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백원짜리 동전과 빵과 우유를 건네주어도 아랑곳 하지 않고 먹을 것을 달라고 청했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어떻게 할지를 몰라 무얼 드릴까 물어 보았더니 국수를 삶아 달란다.
가게에는 몇 분의 손님이 계셨지만 누구도 말을 건네지 못하고 얼굴만 서로 쳐다보았다. 너무나 당당한 기세에 한풀 기가 꺾인것 같다. 속으로는「뭐 이런 할아버지가 다 있노 얻어먹는 형편에 귀찮게시리」라고 생각하면서.
겉으로는 태연해할 때 문득「목마른 주님께 마실 것…」주일이면 곧 잘 부르는 성가가 떠올랐다.
그래 저분이 예수님이라고 생각하면 국수 한그릇 쯤이야 쉬운 일이지 하며 커다란 그릇에 한그릇 삶아 드렸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뎅그러니 빈그릇만 내어 놓는다.
손님들이 다시 내 얼굴만 쳐다보신다.
내심 기쁘고「나에게 이런 마음을 주셔서 감사하며 겸손을 주소서」라고 기도해본다.
떠나가는 할아버지의 뒤를 쳐다보았다. 긴 막대기로 공장 담벼락을 어린아이마냥 툭툭치면서 신이나서 가신다. 가슴에 찡하니 느낌이 온다.
「그래 저 할아버지 당당하게 나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허세를 부리듯이 내가 기도랍시고 예수님께 드리는 것이 허세가 아닐까?」
예수님께서 저 할아버지를 통해 나에게 깨우침을 주셨구나 생각하며 다시 한번 감사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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