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인간의 의지는 참으로 나약하였다. 그렇게 다짐하고 결심하였건만 빚독촉을 받고 세입자에게 전세금 환불을 독촉 받다보니 또 견디기가 힘들어 졌다. 그리고 야박한 세상 인심에 삶의 회의를 느꼈다. 집만 팔리면 전세금은 해결이 되고도 충분 했는데 돈앞에서 인간은 이성을 잃게 되는가 싶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교우가 위로는 못해줄 망정 당장 전세금을 내놓으라고 입에 담기어려운 말을 하면서 다그치니 미칠 지경이었다.
아무리 설득을 해도 그때 뿐이었다. 사실 그때의 우리 처지는 전세금 환불은 큰 걱정이 아니었다. 물론 은행에서 독촉도 심했지만 그정도의 가치는 충분한 주택이었다. 그런것을 알면서도 내가 잘아는 교우들을 찾아 다니면서 사기꾼이라고 떠들고 다니고 있으니 같이 싸울수도 없고 성당에 다니기도 창피하였다. 성당에서 봉사자로 7년을 일했기 때문에 왠만한 교우분들은 다 아는 처지여서 많은 위로을 받고 있었지만 나는 심한 갈등에 헤매이게 되었다. 성탄절도 어떻게 보냈는지 죄인처럼 살아가며 방황하고 있을때 주님께서 이번에는 꾸르실료에 불러주셨다.
3박4일동안 주님 채찍속에 정신무장과 위로를 받고 마음을 바로 잡을수 있었다. 나는 꾸르실료를 마치면서 주님께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꼭 내가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이 닥치거나 겪은 후에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나를 새롭게 정신무장을 시켜 주시고 계심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주님께서 정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밧줄로 나를 주님곁에 꽁꽁 묶어놓고 계신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리드비나는 내 대신 생활전선에서 외판원, 식당일 등을 하면서 나를 위로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러던 중에 결국은 세입자의 성화에 못이겨 집을 은행직원에게 빼앗기듯이 팔고 나니 못내 억울했지만 그 굴레에서 벗어나게 주님께서 해결해 주시니 그 해방감은 이루 말할 수없었다.
우리는 창피함과 인간적인 자존심 때문에 과천에서 살고 싶지 않아서 다른데로 이사를 가려 했으나 마치 도망치는 기분이어서 내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때 까지 과천에 살기로 하고 세를 얻어서 이사를 했다. 우리 부부는 해방감을 맛보면서 새로운 설계를 하게 되었으며 나는 여유를 가지고 나의 진로를 찾을 수 있었다. 사업전에 근무했던 직장에서도 다시 일하자는 연락이 왔으나 광주에 직장이 마련 될것같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나는 그때가지 주어진 시간을 주님과 더 가까이 하고 싶어서 성서공부도 시작하고 서강대학고에서 시작하는 신학강좌에도 열심히 다녔다. 이렇게 1년 과정을 모두 마치니 주님께서는 광주에다 일자리를 마련해 놓으셨다.
참으로 좋으신 주님! 이 보다 더 큰 사랑이 어디있으랴. 우리 가족은 90년 2월에 모두 광주에 이사와서 리드비나 말처럼 정말 꿈 같은 세월을 살아가고 있다. 사실 이사올때도 인간적인 욕심 때문에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15년만에 고향으로 오면서 속된말로 폭삭 망해가지고 오자니 창피하고 자존심도 상했고 더욱 괴로운 것은 나에게 피해를 준 친구가 광주에 살고 있기때문에 마음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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