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의 눈이 맑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나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라고 말한 시인은 아마도 조그맣고 귀여운 꽃사슴을 말했으리라 생각된다. 사슴농장이 처음 시작될때 주 품종은 꽃사슴이었고, 그림이나 크리마스카드에 나와있는 사슴도 주로 꽃사슴이었기 때문이다. 꽃사슴의 조그만 덩치가 어떻게 산타크로스이 썰매를 끄는지 설명할순 없어도 여전히 모델이 꽃사슴인걸 보면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아름답고 귀여운 모습으로 치장하는 취미가 있는것 같다.
먼 옛날 중국에서 조조가 사슴을 보고 말이라 일컬었다는 이야기를 「위록지마」라는 한자성어로 유식하게 말하는 경우에도 그 사슴은 나에게 꽃사슴을 생각나게 했다.
이곳 모산 사제관 앞에는 사슴농장이 있다. 이 사슴은 흔히 엘크라 이야기하는 마록이다. 사슴을 눈여겨 보지 않다가 조조가 말했다는 위록지마를 생각하고는 유심히 살펴본다. 크기나 그 힘참을 생각하니 꽃사슴에 비할바가 아니다. 굳이 비교한다면 말에 견주 수있는 정도이다.
지금 사슴은 번식기를 맞아 한참 성이 나 있다. 특히 숫사슴은 그 정도가 심해서 암놈의 뒤를 쫓아다니거나, 앉아있는 암놈의 냄새를 맡는 등 귀찮게 한다. 우리밖에 사람들이 서있으면 공연히 흥분해서 뿔잘린 머리로 우리를 흔들어 놓는다. 뿔잘린 신경 사나운 숫사슴을 보고 있노라면 사슴의 눈이 맑은것도,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것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든다. 거친 광야에서 발굽소리 요란하게 뛰고 싶은 충동과 위엄있게 자란 뿔로 상대를 위압하고픈 마음에서 선물맞은 야생마처럼 충동적일 뿐이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것은 생각하는 것이라했는데 어찌보면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찼거나 스트레스나, 쉴틈도 없이 바쁜생활은 사슴의 욕구불만처럼 느꺼진다. 사슴의 잘린 뿔은 우리의 꺾어진 이상을 생각나게 하고 사슴의 우리는 우리를 옭아매는 여러가지 짐들로 생각된다. 무엇이 있어 우리를 사슴처럼 초조한 맴돌기를 하게하고, 무엇이 있어 우리를 잘린 뿔로 상대편을 받게 만드는지 우리만 더욱 곤란해지고 우리만 더욱 상처입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먼옛날 말이라 불리우면서 조조가 왕위에 오르는데 기꺼이 한몫한 사슴은, 오늘 내옆에서 제몸에 상처내기를 즐기는 사람을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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