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7일이었다. 잘아는 분이 다음날 영세받기로 되어있어 마지막 종합교리 시간에 그분을 뵈러 갔었다. 마침 신부님께서 교무금에 대해 말씀하고 계셨다. 신부님은 『교무금은 교회의 유지비를 비롯한 교회사업에 사용된다』고 말씀하시면서 헌금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셨다
그런데 신부님은 『헌금을 할때는 지페만 넣고 없으면 아예 넣지 말라』고 하시는 것이다. 덧붙여 『동전을 넣는 것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강조하시는 것이었다.
신부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나는 영세한 이래로 10년동안 하느님을 모독해 온것이다. 올여름까지 5백원짜리 동전을 봉헌함에 넣었으니 얼마나 큰죄를 범했는지 모르겠다. 신부님의 말씀은 『사목위원들이 각 요일반에 배치되어 교무금을 책정할 것이니 모두 교무금책정에 협조하라』는 내용으로 끝맺었다
내가 아는 분에 다가가 앉으니 앞쪽에 사목위원들이 보였다. 첫번째로 고2 남학생이 사목위원 앞에 나서니 그분은 근엄한 표정으로 『교무금 얼마?』하고 물었다. 그 학생이 곤란한 표정으로 『꼭 적어야돼요?』라고 물으니 『아까 신부님 말씀 못들었어? 지금 뭐하고 있어?』하고 재촉하는 것이었다. 학생이 할수 없다는 표정으로 『5천원요』하니까 사목위원은 5천원이라고 기입했다. 내가 보다못해 『학생이 5천원이면 얼마나 큰데, 2천원으로 하지. 고쳐달라고 해』하니 사목위원은 나를 쳐다보며 『이런것할때는 옆에서 뭐라고 하는게 아녜요』라고 언성을 높였다. 아는 분의 교무금책정이 끝나 나오는데 그 학생이 와서 『어떡하지요. 엄마 아빠는 성당에 다니시지도 않는데』라며 걱정했다. 다시 한번 가서 고쳐보라 했더니 『그래야겠다』며 다시 가는 것을 보고 우리는 나왔다.
그런데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남학생의 모습이 걱정스레 떠오르니 웬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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