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활한 여우 한마리가 큰수레를 끌고 가는데 그 수레에는 한 짐의 곤충들이 실려있었다. 때마침 이곳을 날아가던 종달새 한마리가 이 먹음직스런 곤충들을 보고 군침이 돌았다. 그래서 이 종달새는 수레위에 내려앉아 여우보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이 곤충들을 먹을수 있습니까?』그러자 여우는 『내 자네에게는 특별히 좋은 조건으로 먹도록 해주겠네. 그대신 한마리에 자네 날개 깃털 한개씩만 바꾸도록 하겠네』하고 말했다. 종달새는 여우가 큰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이 많은 깃털 몇개쯤 빼주고 먹는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고 생각했다. 그래서 급기야 흥정은 이루어졌고, 종달새는 여우가 끄는 수레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면서 곤충을 맛있게 먹었다. 물론 그때마다 자신의 깃털을 하나씩 빼주었다. 먹이를 찾기 위해 땀흘리면서 여기저기 날아다니지 않고도 이렇게 편하게 노래부르면서 만찬을 즐길수 있는 것을.
그러나 이런 포만감과 행복한시간이 그렇게 오래 갈수는 없었다. 맛있는 곤충들 한바구니나 다 먹다가 보니 배가 불러 몰을 움직일수 조차 없게 된데다가, 이미 날개 깃털을 빼주다 보니 한발자욱도 날수가 없었다. 그때서야 교활한 여우는 돌아서서 꼼짝도 못하는 종달새를 힘들이지않고 잡아 먹어버렸다.
얼마전에 상공회의소가 발표한 한국인의 근로의식을 보면 71%가 돈을 적게 벌더라도 놀고 싶다고 했다.
가장이 집이있고 학력이 높을수록 씀씀이가 크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있었다. 한달 수입이 1백만원이면 73만원을 지출해서 소득보다 소비증가율이 빠르고 곧 버는대로 다 쓴다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 해서 옛날에는 쌀 1가마를 벌기 위해서 10일을 일해야 되었는데 요즘에는 하루 일해서 1가마벌고 그놈으로 한달을 놀고 먹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간단한 우화가 우리현실에 국면해 있다면 여간 큰 비극이 아닐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 그길로 접어들고 있다. 온통 나라가 먹고놀자는 사람의 숫자가 너무나 많아졌다. 힘든 일은 하기 싫고 손쉽게 한탕 벌어서 배불리 먹고 노는데 시간을 탕진하고 있다. 기업인들은 근로자들이 임금타령만하면서 일은 하지않는다고 야단이고, 아직도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희생위에서 부를 축적한 기업인들이라고 근복적으로 불신하고 있다.
사회, 학교, 가정 어느 곳을 둘러보아야 편안한 곳이 없다.
가난뱅이가 하루아침에 돈좀 버니까 보이는 것이 없다. 일은 하기싫고 돈좀 쓰고 놀고는 싶고, 그래서 게나 고동이나 분수에도 맞지않게 차를 사서 거리를 신나게 달리고들 있다.
집한칸 없어도 차는 있어야되니, 차를 타고 길에 나서보면 안다. 이놈의 공중도덕은 다 어디로 갔는가. 질서가 없는 것은 그만두고 자칫하면 생명마저 잃을 판이다.
서울에는 있는 사람들(?)은 이방궁 같은 집을 짓고, 자재마저도 모두 수입해서 쓰고 가구도 몇천만원짜리로 장식한다고 들었다. 우리같은 촌부는 아직 구경도 못했지만 궁중에서나 쓰는 장식 침대가 수입되고, 샹들리에ㆍ융단으로 치장한다고 들었다. 또한 억대가 넘는 벤츠니, BMW니하는 차량들이 행렬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좋다. 살림이 넉넉하려면, 장식용구도 바꾸고, 외양도 갖추어야 된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실속없이 가슴만 부풀어있다. 해외여행규제가 풀리고 나니까 너도 나도 우루루 물려나가고 들어온다. 나가서 달러나 펑펑쓰는것이 자존심인지, 엄청나게 돈을 뿌리고 못된짓만 배워왔다. 외국산 가전제품이 판을 치고 있다. 국적을 알수 없는 헐렁한 옷가지에 붙은 레벨은 많은 로우열티를 지불하고 들어왔고 심지어 핫도그까지 청소년들의 입맛을 변형시키고 있다. 밤거리 유홍가에는 일본 가라오케 집이 광란의 굉음을 뿜어대고 있다.
당국에서는 꺼덕만 하면 과소비를 추방한다고는 하지만 어디 그것이 맘대로 됩니까?
오히려 고급자동차, 고급가구 화장품, 의류 등을 수입해서 이익을 남기는 업체가 우리나라의 굴지의 자동차회사요 화장품회사 등 재벌업체들이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오히려 그들이 더 부추기고 있다고 보아야겠다.
우루과이라운드가 우리를 지금 사면 팔방에서 옥죄어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어수선하고, 경제적인 위기가 닥쳐오고 있는 어려운시점에 놓여있다.
그런데우리는 지금 망치를 놓고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는것이다. 국민소득 2만불, 3만불이 넘는 일본, 미국, 서독 같은 나라의 수준보다도 겨우 5천불에 들어선 우리나라가 더잘쓰고 먹고 놀려고 하는것이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지금 여우가 끌고가는 수레위에 곤충을 잡아먹고있는 종달새와 같다. 우리는 지금 날개깃털 하나하나를 곤충과 바꿔먹고 있는것이다. 우선은 편하고 배가 부르겠지만 머지않아 배가터지고 깃털이 다 빠지고 나면 날수조차 없어서 할수없이 잡혀먹고 마는것이다.
우리보다, 열배나 잘사는 독일의 중산층가정에서 50년대 TV를 보는것과 일본의 가정주부들이 뜨게질이라도 해서 가계를 돕는것, 그리고 영국같은 나라에서 아직도 옷을 짜집기해 입고 다니는 것 등을 우리는 배워야 한다.
현실 이대로 놓고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 되겠다. 팔을 걷어 부치고 다시 일어서야 되겠다. 그래서 다시한번 우리의 잠재력을 일깨워 어떤 나라보다도 잘사는 나라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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