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가톨릭 중앙의료원에서는 의도(醫道)가 가야할 지침으로 소위 「의학윤리」를 제정, 발표했다. 그 내용에 대해서 우리는 우선 쌍수로 환영하며 이 사회에 복음적인 단비를 주는듯 기뻐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생명이다. 인간의 두뇌가 제아무리 개발되어 과학문명을 키우지만「생명」앞에는 아무런 능력이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747보잉 비행기를 만드는 공장은 있어도 향기 풍기는 국화꽃송이를 만드는 공장은 있을 수 없다는 생명의 존엄성과 신비성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의술의 중요성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의학은 기존하는 생명체에 대한 약간의 능력을 부여할 뿐 생명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능력도 없다. 솔직히 말해서 인간생명을 다루는 의학도들은 생명 앞에 존엄성과 신비성을 느끼면서 진정 겸손해야 한다. 생명을 너무나 과학의 분야로 취급하는것도 극히 비윤리적인 행위가 아닐 수없다. 일찍이 우리는 의술을 인술이라고 해왔고 의학도들은 누구나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생명으로 여겨야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기계문명의 시대에 사는우리는 의학을 너무 기계화할수 있고 배금주의 사상이 당연한 이 시대에 의술은 돈버는 방법으로만 일관할수 있는 시점에서 이번에 발표된 의학윤리는 이 시대의 의료계에 큰 경종을 주는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볼수 있다.
그 내용인즉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우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면관계로 상술할 수는 없지만 가장 중요한 점으로 생각되는 몇가지만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는 환자의 진료는 영리적인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너무나 지당한 말이다. 돈 때문에 인간의 생명을 잃을 수는 없다. 혼히 우리사회에서는 진료비 관계로 진료를 거부당해 귀한생명을 잃어버리는 예가 있다. 때로는 영리추구의 구실로 산 사람을 잡는 수도 없지 않다. 이 모든것은 반윤리적이고 신성한 생명에 대한 모독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로 소위 가족계획이란 명분하에 뱃속에 살아 있는 생명을 살인하는 비윤리성을 지적했다. 낙태는 분명히 살인행위이다. 의학도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생명을 태아가 힘이 없다고해서, 저항할수없다고 해서 살해를하고 있는가! 생명을 살려야할 병원에서 도리어 의사들이 죽이는 생명이 1년에 1백만명이넘는다고 한다. 이 얼마나 가증스러운 일이며 비윤리적인 살인행위인가! 남자선호의 그릇된 사상으로 태안에 있는 여성인구가 얼마나 죽어가고 있는가? 태아진단 성감별은 저기 병아리를 뽑아내는 부화장에서나 할수 있는 일이다. 어찌 인간이 성진단을 해서 무죄한 태아를 죽일수 있는가?
세번째는 소위 안락사에 관한 윤리지침이다. 우리는 한 생명을 인간의 힘으로 물리적이거나 화학적이거나 직접 해칠 수 없다.
생명은 우리의 것이 아니고 하느님의 것이기 때문이다.
안락사 윤리지침에 의하면 「임종에 가까운 환자에게도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기본적인 생명유지 수단을 포기하지 않는다. 환자의 생명을 끊으려고 시도되는 조치는 비록 환자가 요청하였다고 하여도 시행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나친 친절과 그릇된 인정으로 환자의 생명을 결코 해칠수 없으며 그들의 생명을 인간의 개입으로 단축할 수 없다.
「인명재천」이라고 했다. 생명은 하느님으로부터 나왔고 그 생명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처리되어야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의학윤리에서 제기된 체내인공수정 체외수정에 관한 항목은 교회밖에서는 알아듣기 힘든 윤리규범이다. 어떤 모양으로든지 애기만 태어나면 된다는 비윤리적이고 비인격적인 발상에 대한 경고라고 할수 있다.
남의 애기를 낳아주는 대리모의 등장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부부의 정당한 관계에서만 이 자녀를 가질 수있고 그것만이 신성한 생명의 정도라고 가르친다. 인간생명의 씨앗을 서로주고 받고 팔고사는 비윤리적인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교황 바오로 2세께서 발표하신 「인간생명의 기원과 출산의 존엄성에 관한 훈령」에서 명백히 말하고 있다.
이밖에도 인체실험이라든지 장기이식을 매매하는 행위에 대한 반윤리성을 내포하고 있다.
생명경시사상이 만연한 이 사회에 생명의 존엄성을 되찾는 의학윤리지침은 하나의 지침으로 끝날수 없다. 이것이 어떤 의학도에 의해서 발표된 것도 아니며 어떤 도덕적인 발상도 아니고 일선 의료기관에서 자발적으로 선포된 사실이 더욱 주목을 끈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의료인들이 이기회에 과거에 지나친 생명경시 사상으로 의학을 남용한 것을 깊이 반성하면서 윤리강령을 의학도들의 생명으로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런 발표와 함께 모든 의료인들은 여기에 동참하는 뜻을 표명해야 한다. 적어도 가톨릭 계통의 모든 의료원에서는 모범적으로 이 윤리강령을 실천해야한다. 그래서 우리 의료계의 병폐를 씻고 거듭나는 의료인이 될때 이 나라의 생명윤리는 되살아날 것이다. 국민들이 보는 시각은 의료계 전부가 가톨릭 중앙의료원 「의학윤리」지침 제정을 이번 계기를 새로운 의술의 시대를 여는, 충격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인술을 갈고 닦는 의학교육과정에 있어서도 지나친 기능교육이나 과학적인 기술보다는 인간생명을 존중하는 교육이 강조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번에 선포된 의학윤리는 모든 의학도들의 행동강령이다. 이것이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을때는 말을 끌어내지 않은것보다 못하다. 이번기회에 우리 모두는 다시한번 의료계의 윤리의식을 주시하면서 의료게에서 이 나라의 생명윤리 확립을 위해 앞장서주기를 바란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