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1학년때 부모님을 따라 세례를 받았으니 내 신자생활도 벌써 34년이 되었다.
뭣인가 마음도 바빠지고 할 일은 더욱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제법 머리까지 희끗희끗해져 오니 니나온 세월을 돌이켜 보게된다.
이제는 아스라이 희미한 필름으로 퇴색해버린 어린시절, 교리공부 출석표를 실에 달아 목에 걸고 매일 방과 후면 2㎞나 되는 가파른 언덕배기에 자리한 성당을 친구들과 함께 퍽이나 열심히 다녔었다.
결석을 하지 않으면 상을주신다는 수녀님의 말씀에 날마다 출석표에 도장이 빈칸없이 채워지기를 손꼽아 기다리며서 목청높이 십이단경문을 함송하고 이것을 모두 암송하면 무서운 외국신부님 앞에서 숨을 죽여가며 찰고를 하곤 했었다.
이따금 선물로 미제(美製)분유나 버터가 든 깡통을 하나씩 안겨주실 때면 뛸듯이 기뻐서 단숨에 집으로 달려오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그리고 미사 복사를 할 때면 그 어려운 라틴어로 미사 경문을 외워서 미국 신부님께 답을 하는 것이 진땀나는 일이었지만 퍽이나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아무튼 중ㆍ고등학교 시절까지 성가연습ㆍ레지오단원 활동ㆍ학생회행사 참여 등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성당에서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지금의 신앙생활을 생각해 보면 그저 미적지근하고 타성에 빠져버린 그래서 기껏해야 주일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에만 맴돌고 있다. 결국 나도 모르게 머리만 커지고 신앙을 하나의 편리한 생활의 방편으로 여기는 발바닥 신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올해 세계성체대회를 맞이하면서 기도와 희생과 영적 독서로써 야윈 내영혼을 살찌우고『가장 작은 이웃을 위함은 곧 나에게 함이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실행하며 나약한 신앙을 재충전하는 해로 정하며「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를 이웃에게 전하는 주님의 충직한 종이 될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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