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제사와 신앙인의 자세
1、제사로 인한 갈등
설날이나 추석이 다가오면 그리스도교 신자들중에는 조상제사문제로 말미암아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제사문제는 그리스도교가 유교문화권인 극동지방에 전래된 이래 약 4백년간이나 지속되어 온 난제로서 교황청에서도 허용과 금지의 번복을 되풀이했던 것이다. 제사금지령으로 인해 그리스도교인들은 부모도 모르는 불효자라는 낙인이 찍혔으며、나아가 제사문제는 선교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교회는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사목연구소 주관으로 조상제사문제 뿐아니라 상제례 전반에 걸쳐 연구작업을 펼치고 예식서 개정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교회공식예식서가 완성되지 않은 현시점에서 필자는 전통적으로 바쳐오던 제사의 복음적인 의미를 살펴보면서 신자들이 조상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봉행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코자 한다.
2、전통제사의 복음적 수용
유고 제사의 근본 정신은 돌아가신 부모와 선조를 잊지 않고 생시와 같이 섬김으로써 보본(報本)과 보은(報恩)의 효를 계속 실천하는데 있다.
이 정신은 오늘날 생명의 제일차적 뿌리인 부모와도 단절할 뿐만 아니라 개인주의적인 현대인에게 새삼 부각돼야 할 점이라 하겠다.
그러면 교회 가르침의 근본 정신은 유교 제사의 정신과 상치되는가? 그렇지 않다.
우선、미사는 모든 제사의 완성이므로 명절이나 기일에는 우선적으로 미사참례하여 선조를 위해 기도해야함은 물론이지만 이에 덧붙여 가정적으로 별도의 조상제사의식을 봉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톨릭적 선조공경의식은 주로 선조가 죄벌을 면하고 하루속히 천당에 들어가도록 기도하는 것으로 일관되어 있는데、돌아가신지 오래된 선조에게는 이러한 기도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직 천당에 못갔다면 하느님 자비를 의심케 하며、천국에 이미 갔다면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때 유교의 보본(報本)과 보은(報恩)의 정신을 수용해서 조화를 이룰 때 더욱 의미 있으리라본다.
①가톨릭적 조상제사의식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 봉행하는 것이 좋다고본다.
전반부에서는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 선조를위해 기도하고 후반부에서는 그리스도의 신비체와 모든 성인의 통공안에서 선조께 직접감사드리고 통교하며 전구를 간구한다.
②효성과 감사의 상징적 표현인 제물은 가문과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한다.
③신주(神主)는 신령의 표상(表像)이므로 사진으로 대치함이 좋으나、사진이 없거나 또는 전통을 고수하는 가정에서는 전통적인 신주도 허용될수있다. 물론 교황청 훈령(1939년12월8일자)에 의하면「신위」(神位)또는 「신주」(神主)라고 말없이 이름만 쓰도록 되어 있으나 그 의도는 신령이 신주에의 방해 있다고 믿어 그 물건 자체를 신적 존재로 공경하는 미신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신주나 지방(紙榜)을 신령의 의방처나 신령 자체라고는 일반적으로 생각치 않는다. 그렇다면 신주를 모시더라도 교황청의 정신과는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겠다.
④축문(祝文)은 선조에게 드리는 애절한 마음의 표현이므로 금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려야한다고 본다. 조사(弔詞)나 추도사를 금하지 않는다면 같은 성격인 축문을 금할 이유가 없다.
⑤합문(闔門)은 선조와의 감격(感格)과 통교를염원하고 믿는 상징적행위이므로 묵념으로 대치함이 바람직하다.
3、가톨릭 조상제사예식
1、준비사항
①마음의준비:고백성사를 통해 마음을 깨끗이 하고 돌아가신 선조를 생각한다.
②몸의준비:목욕재계하고 몸가짐을 바르게하여 품위 있는 옷으로 정장한다.
③젯상준비:집안팎을 깨끗이하고 특히 제사드릴 곳을 잘 정돈하고 꾸민다. 벽에는 십자고상을 걸고 그 아래에 선조의 영정을 모신다. 젯상에는 촛불과 향만을 놓는다. 정성어린 제물을 차릴수도있다.
2、예식순서
①성호경과 성가:적당한성가(「가톨릭성가」50ㆍ1ㆍ29번등)를 부르는 동안 선조의 영정을 모셔 내올 수도 있다.
②분향과 배례(拜禮):제주(祭主)가 분향한후 참례자 모두 제주와 함께 두번 큰절을 한다.
③시작기도:자유롭게.
④성경봉독:집회서 3、1~16:에페소5, 5~20:요한15、1~17등 적당한 성귀를 봉독한다.
⑤주례자의 말씀:성경말씀을 바탕으로 제사의 의미ㆍ선주의 유언 및 가훈 등에대해 되새긴다.
⑥선조를 위한 기도:대부모(大父母)이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면서 선조와 후손을 위해 기도한다.
신자들의 기도 형식으로 할 수도 있고「가톨릭기도서」에 있는「죽은부모를위한 기도」와「자녀를위한 기도」또는「연도」를 바칠 수도있다.
⑦분향과 헌물(獻物):정성어린제물(술ㆍ과일ㆍ음식등)을 봉헌하고 분향한 후 두번 절(再拜)한다. 헌물은 생략할 수도 있다. 분향과 재배(再拜)만은 모두가 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⑧축문(祝文):축문에서는 선조의 위업을 칭송하고 감사하며 불효에 대해 용서를 청하고 아울러 후손으로서의 바른 삶의 결의를 고백하며 후손을 위한 전구를 청한다.
⑨묵념:잠시 침묵 중에 선조와 대화하고 통교한다.
⑩평화의 인사:선조앞에서 서로의 잘못을 용서해주고 일치와 우애를 다짐하면서 화해와 사랑의 인사를 나눈다.
⑪영광송:하느님과 선조에게 영광을 드리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고 영광송을 바친다.
⑫작별 배례:작별인사로 두번 절한다.
⑬마침성가: 「가톨릭성가」29、34、62、70번 등 적당한 성가를 부르는 동안 영정을 모셔 나갈 수도 있다.
⑭음복(飮福):사랑과 일치의 식사를 통해 선조와의 일치、가족간의 우애를 더욱 깊게 한다.
최기복<神父ㆍ수원가톨릭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