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옛날 속담에 『잘되면 제탓이고 못되면 조상탓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곧 무슨일이던지 어렵지 않게 잘 풀리거나 성공하면 자기가 노력하고, 잘나고 똑똑해서 잘돼나가는 것이고, 그일이 잘못되거나 실패하는 경우에는 조상들이 돌봐주지 않는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탓만으로 돌리는 것을 말한다. 이와 비슷한 말로 『나는 인덕이 없어서 고생한다』는 말도 있다. 곧 주변에서 누가 도와주거나, 거들어주지 않아서 고전하거나 실패한다는 푸념인데, 모든 일이 잘못되거나 잘 않되는 일이면 바로 자기 책임이 아니고 남의 책임으로 돌려서 스스로의 무능과 부덕을 호도하려는 근성이 우리 조상적부터 내려온 특성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지금 가장 어느때보다도 더 심한 반도덕적이고 반윤리적인 추악한 사회로 물들어 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오랜 권위주의가 무너지면서 민주화로 가는 과도기적 갈등기에 놓여 있다고는 하지만, 기생충 같은 정상배 악덕모르배, 남의 고통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의 이권만 챙기는 기업인, 탈법 투기 탈세 폭리를 일삼는 장삿군, 대학교 교수마저도 부정입학으로 돈을 챙기고 있으며 유괴 납치 살인 범죄가 일하기는 싫고, 남보다 잘살고 싶은 욕망으로 만연되어가고 있어 이세상을 온통 한탕주의로 물들여 놓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현실을 개탄하고있으며 무엇부터 고쳐나가야 하는가고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려고는 않고 있다.
국민들은 한결같이 정치인들이 정치를 개떡같이 하고 있다. 고 비난하고 있으며 정치인들은 이사회풍토를 탓하고 있고, 기업인들은 근로자들을 탓하고 있는가하면 근로자들은 아직도 기업인들이 폭리와 탈법, 탈세로 이득을 채우면서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버릇이 없다고 나무래고, 학생들은 선생님들을 존경하지 않는다. 직장의 선후배간의 연결고리가 매듭이 풀어진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 단 한사람도 이런 사회의 구성원속에 자신도 들어있으면서도 자기의 허물은 인정하지 않고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자신의 분수에 넘는 행위, 곧 졸부근성이 드러나 과소비를 일삼는다던지 겉치레와 속임수로 일관해오면서 세상을 개탄하는 사람이 많은것이다. 자 지금의 현실이 모두 이런식이다. 자신의 행동에 대하여는 가능한한 합리화 시켜가면서 남의 잘못은 사정없이 꼬투리잡아 비난하면서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미국에서는 로널드 레이건기념도서관 개관식에 부시 대통령을 비롯 5명의 전 현직대통령이 개관 테이프를 끊으면서 한자리에 모인 기사와 사진이 신문에 난것을 보았다. 부시, 레이건, 카터, 포드, 그리고 닉슨 전 대통령이 서로 우의를 다지며 건강한 모습으로 한자리에 모인것도 갈채를 받아야 할 일이지만 서로 전현직 대통령들끼리 재임기간동안의 공덕을 칭찬하는 모습은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레이건 대통령시절 자신이 부통령으로 8년동안 봉직한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하고, 레이건 대통령의 강력한 지도력을 찬양했으며 걸프전에서의 승리는 레이건 대통령의 전략방어 구상 덕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레이건 역시 포드, 부시와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전에서, 그리고 지미 카터와는 대통령 본선에서 각각 싸웠던 전력을 이야기하면서도 『지금도 서로 존경하는 친구이면서 협력자』라고 말하면서 네사람의 지도력을 높이 추켜 세웠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느꼈어야 옳았던가?
내가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청와대와 연희동이 불편한 관계라던가? 지난번 청문회 과정에서 5공과 6공이 서로 「탓」을 넘겨짚고 심기가 불편하게 되었다던가? 아무튼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 되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옛날 우리선조임금님들은 오랫동안 가뭄이 들어서 백성들이 고생하면 기우재를 지내면서 『과인이 부덕한 소치』라고 스스로 조밥으로 수라를 든다치면 신하들은 『천은이 망극하옵니다』며 더욱 송구스러워했던것이 아닌가?
이제 최고의 권력자들과 지도충부터 새로운 인식 전환이 있어야하고 거기에 따른 새로운 수범의 행동 패턴이 달라져야 할때다. 가진자와 지도층에만 꼭 문제가 있는것은 아니다. 다만 그네들이 솔선 수범을 보임으로써 자신들에게 돌아갈 「탓」을 「덕」으로 승화시켜야겠다. 우리가 이런 갈등과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는 까닭이 권력과 가진자들인 지도층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를 치유하려면, 우선 가진자들이 절제와 금욕으로 자정의 노력을 기울여야 된다. 이네들이 자신의 가족이나 일가만 잘살고 흥청망청 돈을 쓸때, 일반 국민들은 이네들 때문에 내가 못사는「탓」이 되는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네들이 건전한 사회복지나 기업을 운영한다면 그「덕」에 나도 내가족을 부양하는 건전한 일터를 가질수 있다고 믿게 되는것이다. 그럼으로 해서 모든 사회계층간의 갈등이 해소되고, 서로 믿고 의지하는 밝은 사회가 되는 것이다. 네덕으로 이회사가 잘 운영되고 또 네덕으로 나는 든든한 일자리를 갖게되고, 네덕으로 나라가 잘되고, 네덕으로 잘사는 국민이 되고-.
또 잘되고 잘안되는 것 또한 내 「탓」이요 내 「탓」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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