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교활한 여우 한마리가 있었다. 어느날 산길을 가다가 그 여우는 호랑이를 만났다. 여우는 호랑이에게 말했다. 『나는 이 세상에 사는 모든 동물들의 왕이다. 나는 힘이 세고 무서울 뿐만 아니라 지혜로와서 동물들은 나에게 충성을 다한다. 너도 나의 신하가 되어 나를 왕으로 섬기도록 하여라』.
이 이야기를 들은 호랑이는 어리둥절하지 않을수 없었다. 지금 까지는 자기가 가장 용맹한 짐승인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랑이는 여우에게 그 증거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여우야. 정말로 네가 모든 동물의 왕이라면 내가 그것을 믿을 수 있도록 증거를 보여 다오』여우는 빙긋이 웃으면서 그러겠노라고 했다. 『좋다. 얼마든지 보여주마. 내가 이제 짐승들 있는 곳으로 갈터이니 내뒤에 따라 오면서 다른 짐승들이 나를 얼마나 무서워하는지를 보도록 하라』
여우는 이렇게 말하고는 짐승들이 살고 있는 산속을 향하여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호랑이는 의아해 하면서도 여우의 뒤를 따라 갔다. 한참 가니까 토끼ㆍ사슴ㆍ산돼지ㆍ너구리ㆍ오소리 등 여러가지 짐승들이 놀고 있었다. 그것을 본 여우는 큰소리로 외쳤다. 『네 이놈들, 너희들의 왕 여우 폐하가 왔다』.
그 소리에 놀란 여러 짐승들은 여우를 쳐다 보니까, 그 뒤에 무서운 호랑이가 따라 오고 있지 않는가. 거들먹 거리는 허풍쟁이 여우야 하나도 무서울 것이 없지만 그 뒤에 오는 호랑이는 너무나 무서운 존재였으므로 모든 짐승들은 혼비백산 도망가고 말았다.
『어떠냐? 내 말을 이젠 믿겠지?』여우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 이야기처럼 남의 권세나 힘을 믿고 으쓱거리고 뽐내는 것을 호가호위(狐假虎威)라고 한다.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어 호기를 부린다는 뜻이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자기의 힘, 자기의 실력이 아니라, 남의 힘만 믿고 뽐내는 사람들을 본다. 이런 사람들이야 말로 비겁하고 못난 사람들이다. 부모님이 좀 부자라고 거들먹거리고 낭비하고 과소비하는 학생은 가난한 집안에서 자기 힘으로 가정을 돕고 열심히 공부하여 자기의 힘과 실력을 기르는 학생보다 얼마나 유치한가. 더구나 자기보다 공부를 좀 못한다고, 자기보다 차림새가 좀 초라하다고, 자기보다 힘이 좀 약하다고, 자기보다 더 고급의 학용품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하여 업신여기고 못 살게 군다면 그것은 못나고 유치한 정도가 아니라 죄를 짓는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인간을 여러가지 모습으로 살아가게 하셨지만 그 인격적인 존엄성은 똑같이 만드셨기 때문이다. 자기의 실력과 힘으로도 남을 업신 여길수 없는데, 하물며 부모님이나 친척의 힘을 가지고서랴.
우리는 자기의 힘과 자기의 실력을 길러야 하고, 으쓱거리지 말고 겸손하게 살아야 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고 협력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것이 하느님의 자녀인 천주교 신자 학생들의 사는 자세가 아니겠는가.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