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언제까지 이 시골에서 일할 생각입니까?』
보건진료소에 실습나온 간호대학생이 내게 물었다.
『글쎄요, 나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언제까지 하겠다는 말은 자신이 없네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주님께서 허락하는 날까지겠지요』.
기대했던 대답에 어긋났는지 사뭇 의아해하는 학생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농촌특별조치법 이후 농어촌에서 근무한지 10년. 가난과 질병과 무지에서 탈피시키려고 나름대로 애쓰며 살아왔다. 의료보험실이전과 이후의 고진감래를 맛보면서 일차진료와 예방접종, 보건교육에 이르기까지 힘겹게 걸어온 것이다.
어느날, 자주 몸이 시름시름 아팠다. 허리도 끊어질듯이 아팠다. 점차 입맛이 떨어졌다. 입이 짜른편이었던 자신은 시골에서 한정된 반찬탓이거니 하였다. 날이 갈수록 피곤이 쌓이고 풀리지않기에 진료소를 박차고나가 건강검진을 받았다. 휴식과 함께 장기간 치료를 해야겠다는 결과를 얻고 나는 깊은 갈등에 빠지게된 것이다. 지역주민들 속에서 그들의 한(恨)과 어려움을 만나고 주님의 기쁜소식을 알리고자 글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이로써 끝인가? 건강한 몸으로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그들을 보살펴야함에 나의 건강을 소흘히 한 결과였다.
이제 주님은 일을 그만하라 하시나보다 생각이 들었다. 착찹한 심정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진지하고 겸허한 기도를 올렸다.
『주님, 당신께서는 제가 하는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진정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만두고 도시로 나가 살겠습니다. 미약하오나 당신의 도구로 계속 일하기를 원하신다면 제게 건강을 도로 주시옵소서. 아버지 하느님』. 며칠간의 기도가 거듭되는 동안 내몸이 가벼워지고 진통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것은 주님기적의 힘이 뻗쳐 나왔듯이 진정코 기도속에서 주님은 함께 계셨다는 응답의 표시였다.
『오, 주님. 제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저를 버리지 않으십니까? 저는 당신의 나무가지가 되어 끝까지 머무를 것입니다』
놀라움과 신비로움에 떨며 감사드리는 순간이었다. 10년을 돌아보면 늘 바쁜속에서도 나를 곁에서 지켜준 남편(시몬)의 도움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늘 남편의 말이 새롭게 귀에 생생하다.
『크리스티나, 나는 당신이 내겐 소흘해도 좋아요. 그건 내가 당신을 통하여 간접적인 봉사를 하기 때문이오』.
남들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다는것은 주님의 카리스마적인 은혜임을 확신하는 나에게 흔들리지 않는 사명감으로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무릎 꿇어 앉아 주님과 주위의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이렇게 고백해 본다.
『주님, 당신은 너무나 멋진 분이십니다. 저는 당신께서 하신 약속을 믿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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