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남편의 친구 분은 고통에 겨운 우리들을 위로 하느라『차라리 안락사를 시켜 아이에게도 고통을 덜어 주는 편이 어떻겠냐』는 말을 건넸다. 우리부부는 펄쩍 뛰며 그럴수는 없다며 포기하지 않았고 나는 뼈를 전문으로 잘 본다는 관절전문 의사를 찾아 또다시 돌아다녀 보았다. 그러나 둘째는 매일 신경안정제를 먹여야만 그나마 잠시 견디는 정도여서 나는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뇌에 좋다는 약과 영양제를 정성으로 먹였고 뇌성마비에 효과가 있다는 음식과 한약들도 돈을 빌려서까지 먹여 보았다. 개구리 다리가 특효라기에 선불을 주며 부탁해 달여 먹이기를 수십번. 그러나 현대 의학으로는 좀처럼 큰 효과를 얻을수 없다는 사실 앞에 나도 더이상 버틸수 없었다.
결국 내 몸은 쇠약할 대로 쇠약해졌고 희망없는 자포자기 상태에서 모처럼 뜨겁게 얻은 신앙생활마저도 식어 버린채 나는 냉담자가 되었다.
2년 뒤 우리는 다시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남편은 새로 아기를 낳아 키우자고 했고 79년 나는 셋째(뽈리까르뽀)를 낳았다.
식물인간인 바울리노를 돌보아야 했고 갓난아기를 키워야 했기에 밤낮없이 바쁘고 고달픈 나날의 연속이었다.
어느날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레지오 단원인 자매님께서 찾아 주셨다. 그러나 나는 집에 손님이와 계시다며 거절을 하였다. 언제 신앙을 가졌던가 싶었다.
그날밤 나는 아주 이상한 꿈을 꾸었다. 열사의 끝없는 사막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갈증으로 목이타서 죽을것만 같았다. 그런데 내앞에 끝없이 줄을선 행렬이 있었고 나도 그중에 끼게 되었다. 수녀님께서 일행에게 물을 나누어 주고 계셨는데 내차례가 되자 주기도문을 외워야 물을 주신다고 했다.
나는 주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그 나라가 임하시며」그리고 그 이상은 도저히 외워지질 않았다. 몇번이고 되풀이해 보았지만 허사였다.
안타까움에 몸부림 치다 잠에서 깨었고, 온몸은 흠뻑 땀에 젖어 있었다. 너무도 괴이한 일이라 가만히 일어나 앉아 외워 보았다. 그러나 꿈속에서와 같이 그 이상은 외워지질 않았다.
「성당에는 가지 않았어도 주기도문은 항상 외울수 있었는데…」하고 중얼거리며 나는 기도서를 찾아 보았다. 새벽 2시. 나는 기도서를 찾아 들었고 나도 모르게 주기도문이 줄줄 암송되고 있음을 느꼈다. 너무나 이상하여 나는 몇번이고 되풀이해 보았다.
순간 나는 주님의 사랑이 나를 다시금 일깨워 주님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다시 열성으로 성당을 찾았다. 남편은 물론이고 큰애도 열심히 함께 하여 주었다. 나는 다시 태어나는 심정으로 성경공부를 함은 물론 세미나ㆍ성령기도회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하였다. 이런 내 생활을 보신 본당신부님께서는『사비나, 바울리노 데리고 참으로 용하다』하시며 격려하여 주셨고 주위의 모든 자매님들도 입을 모아 칭찬해 주었다. 겸손하기에는 부족한 그릇이어서 나는 내가 잘난것 같은 착각에 빠졌고 어느새 교만의 싹이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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