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지난 7월 2일 제4차 원조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이란 지진사태에 대한 지원건을 논의、미화 5만 달러(환화 3천6백만원)를 원조하기로 하였다.

이 원조금은 주한 교황대사관을 통해 주 이란 교황대사 불레이티스 대주교 앞으로 보내어 필요한 곳에 적절히 사용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격세지감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줄곧 도움만 받아오던 한국가톨릭교회가 이웃나라를 도울 수 있는 처지에 다달은 것을 생각할 때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수 없다.

물론 한국교회의 나누고자 하는 열의는 최근에 갑작스럽게 부각된 것은 아니다. 이미 1981년도에 한국외방선교회 선교사가 아프리카지역 파푸아뉴기니에 파견돼 인적ㆍ물적 지원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1984년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 기념행사를 마감하고 남은 성금에서 5천만원을 이디오피아 빈민구제를 위해 지원한 바도 있다.

그러나 당시 이디오피아 빈민원조는 체계적인 조직하의 지원이 아닌 일회성 지원으로 끝난 아쉬움이 남은데 반해, 이번 이란에 대한 원조는 원조심의기구의 심의를 거친 해외원조라는 점에서 한국교회의 해외원조에 신기원을 이룩한 셈이다.

서울대교구 한마음 한몸운동본부 원조심의위원회는 이에 앞서 지난 6월 회의에서는 방글라데시교회와 이집트 카이로 성파티마본당에 각각 미화 2만달러와 2천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바 있어 원조심의위원회 발족 후 해외원조금 총액은 미화 7만2천달러(한화 약5천2백만원)에 달하고 있다.

제44차 세계성체대회 준비의 일환으로 전국기구로 출범한 한마음한몸운동은 세계성체대회 마감 후 지난해 가을 주교회의 총회에서 교구 운영체제로 변경됨에 따라 원조심의위원회는 금년 4월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산하기구로 발족 운영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 원조심의위원회는 지난해 말까지 전국적으로 모금한 헌미헌금액 21억여원과 금년 5월말까지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접수된 2천6백여만원을 재원으로 하고 있다.

앞으로 이 원조기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현재의 재원으로는 연간 지원금은 2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난 6, 7월 중 원조심의위원회가 지원을 결정한 외국원조금 5천2백만원, 그리고 성가복지병원 등 국내지원 3건에 1억8천만원을 합하면 2억3천만원을 넘는다.

이 같은 원조금은 이미 기금의 연간 이익금을 훨씬 초과한 금액으로서 지원금 운용에 있어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물론 도움이 시급히 필요한 곳은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다. 그러나 체계적이며 지속적인 원조기구로 유지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냉철한 자세가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금년 4월에 발족한 원조심의위원회가 발족 후 두어달만에 기금의 연간 이익금을 초과 집행한 것은 조금은 성급한 처사가 아닌가 생각된다.

적어도 1년 후 연간 이익금의 범위 내에서 원조금액을 심의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최소한 기금을 손상시키지않고 키워가는 범위 내에서 원조금을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 원조심의위원회는 헌미운동을 통해 봉헌된 헌금을 해외원조 기구들의 원조 추세와 발맞추어 불우이웃돕기, 사회복지쪽보다는 사회개발과 운동 측면에 중점을 두고 사용키로 한바있다.

또한 세계성체대회의 뜻에 맞갖게 우리 보다 가난한 제3세계를 위해 사용한다는 원칙하에 아시아권 중심의 제3세계 해외원조에 70%를, 국내는 30%를 사용한다는 배분비율을 정하였다가 이를 60대40으로 재조정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원조심의위원회가 결정한 내용을 보면 국내원조액이 80%에 육박하고 있어 스스로 마련한 원칙을 준수해 나갈 수 있을런지 염려스럽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지난 1984년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기념 잔여금을 국내외 불우이웃을 위해 사용하기로 천명하고서도 잔여금 가운데 5천만원을 이디오피아 빈민을 위해 지원한 것 외에는 전액국내 지원금으로 사용하였었다.

물론 국내의 시급한 지원 사유를 모르는바 아니지만 기왕 세계성체대회의 결실로 엮어진 원조기구라면 과감하게 해외원조에만 국한시켜 명실공히 한국가톨릭교회의 해외원조기구로 발돋움하였으면 한다. 국내 원조는 내년부터 새로 시작되는 사회복지를 그리고 기존의 자선의 날(대림 제3주일) 헌금 및 기타 헌금을 활용, 교구사회 복지회가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원조 기구는 그 명칭을 확정짓지 않은 채 원조기구의 산하 부서의 하나인 원조심의위원회만 발족 가동되고 있어 무언가 순서가 뒤바뀐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우선 원조 기구의 명칭을 확정, 그 명칭에서 해외원조 기구인지 국내의 원조 기구인지 성격을 확실히 규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원조개시는 적어도 1년 이상의 준비기간과 기금에 대한 이익금을 마련한 후 연간 예상 이익금 범위내에서 지원금액을 결정하는 것이 원조 기구의 지속적인 유지 발전의 기본임을 다시한번 강조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