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인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아래층에 한울이네가 살았다. 지금은 이사를 가고 없지만 가끔 생각이 난다. 그들이 신자가정이었던들 오해려 내 기억속에서 점점 사라져 갔을 터였다.
매월 한번씩 우리 성당에서는 불우이웃 돕기 폐품수집을 했다. 그때마다 한울이네는 한달동안 모아둔 폐품을 선뜻 내어 놓곤 했다. 우리가족은 부끄러움과 고마움을 함께 느꼈다. 신자 아닌 사람들이 이렇게 조용히 이웃사랑을 실천할때 우리 자신을 돌이켜 보지 않을수 없었기때문이다. 사실 한달에 한번 하는 폐품수집에 동참하기 위해서 썩은 냄새가 온 집안을 가득 채우는 우유팩같은 것을 일부러 모으기는 그리 쉽지않다. 더욱이 좁은 아파트 공간에 폐품 모아둘 장소를 따로 마련한다는 일또한 용이한게 아니다. 심지어는 신자인 우리도 우선 쓰레기통에 넣고 마는 때가 있다.
한울이네는 어떠했는가! 매월 그날이 돌아오면 빠짐없이 모아두었던 폐품을 운반하기 쉽게 잘 정리하는 염려까지 잊지 않았다. 그 집은 폐품수집에 협조해 달라는 신부님의 광고강론도 들어 본적이 없다. 좋은 일에 쓰인다는 사실을 전하는 이웃인 우리를 그저 신뢰한것이다. 가뜩이나 집단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현세에 사는 우리가운데, 어떤 단체나 어떤 기관이 하는 일이라도 좋은 일리라면 서슴지 않고 협조하는 아름답고 착한 마음씨를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우리 신자들 가운데는, 성당에서 하는일만 옳고 다른 단체나 다른 교회에서 하는 일은 거들떠 보지도 않을 때가 있다. 이렇듯 집단이기주의에 젖어있는 우리와 비교해 볼때 하느님이 한울이네를 보시는 눈은 어떠하겠는가!
한울이네는 예배당에서 폐품을 모아달라 했어도, 스님이 와서 공양을 부탁했어도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누가하는 일이라도 좋은 일이라면 믿고 동참하는 이같은 이웃과 함께 살며 천국의 일부분을 체험하였고, 하느님이 어느곳에나 계시는 분이란걸 새삼 알게 되었다.
신자 아닌 이웃이, 신자인 우리들 보다 더 착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때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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