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2kg씩 체중이 늘어 이젠 여름철이 되면 곤욕스럽다. 작은 키에 뚱뚱한 몸매 덕분에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땀으로 끈적여 나들이를 자제하는 편이다. 숙소에서 옷을 갈아 입다보면 거울에 비치는 내모습이 너무도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을 않해본 것은 아니지만 즐기는 음식을 줄여가며 다이어트를 해야할 만큼 절박 하다고는 느끼지 않았다.
젊은이 봉사자들과 어울리는 자리에 나갔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앗! 신부님 살 좀 빼야겠는데요. 너무 했어요』『나 살찌는데 보태준거 있으면 말해봐?』하고 응수했더니 반응이 없었다. 조금 후에 한 녀석이『아-, 신부님 요즈음 얼굴 좋아지는 약을 잡수십니까?」하고 묻길래 건강이 좋아보인다는 뜻인 줄 알고『특별히 먹는 보약은 없는데…』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 녀석이 낄낄거리며『부작용이 있는 것 같아서』라며 말꼬리를 흐리는 것이 아닌가.
집으로 돌아오면서 정말 이제는 운동도 하고 음식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벌써 수년 전 본당에 있을 때였다. 교리교사가 무척 부족해서 대학1년생을 교사로 임명한 적이 있었다. 여고생티 못 벗어난 것이 관심을 갖게 했다. 교사를 한지 8개월쯤 되었을 때 고민이 있는 눈치를 보이더니 결국 앓아눕고 말았다. 문병을 가서 이리저리 달래보니 상사병이 었다.
평소에 내성적인 녀석은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책을 한권 선물을 했고 4개월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자기가 준 책이야기를 하다가 아직도 표지조차 틀어보지 않은 것을 알고 나서는 대실망을 한 것이었다. 아무런 위로도 줄 수 없었다. 실연을 당해본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도 뜻밖의 상황이라서 할 말이 전혀 생각나질 않았다. 그래서『혼자만 디게 좋아하다보면 혼자병이라고 하는 빙이 생기는게다. 인자 내한테 다 말했싱께 훌훌 털어버려라. 만약 오랫동안 꽁하고 있으면 혼자병의 부작용으로 몸만 축난다 알겠나?』하고 말해주었다.
부작용이라는 진단을 내렸던 내가 이젠 증세가 다르긴 하지만 부작용이라는 진단을 받고보니 뭐언가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때때로 우리는 자신을 스스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객관적인 이웃의 눈이 필요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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