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사순절(四旬節)은 설날 이틀 후인 2월 8일부터 시작된다. 이 전례시기의 배경은 이미 잘알려진 대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공생활(公生活)을 시작하기 전 광야에서 40일간 단식하며 기도한 사실에서 유래되고 있다.
순(旬)아린 열흘을 의미하므로 사순은 40일을 뜻하며 사순절은 빠스까(부활)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교회가 전례력으로 설정한 40일간의 기간을 말한다. 따라서 사순절은 곧 부활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의 기간이다.
부활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점이며 모든 것이기에 부활축제의 준비기간 또한 전례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년 12달 가운데 한달열흘간이란 어느모로 보다 상당한 것이다.
다가올 부활의 기쁨과 환희를 준비하는 사순절은 회개와 보속、그리고 기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신자들은 사순절 기간 동안 예수 그리스도가 광야에서 마귀의 유혹을 물리치고 엄격히 단식하고 기도하던 모범을 본받기 위해 특별히 노력해야 하는 뜻깊은 때이다.
이에 교회는 신자들이 사순절의 의미를 깊이 깨닫고 기쁨의 부활축제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단식(斷食)과 금육(禁肉)의 규정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근년에 들어서 이 단식과 금육재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되지않고 있어 사순절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는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순절뿐아니라 모든 부문에서 신앙교육이 느슨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교회가 전통적으로 실시해온 이 규정은 재삼 강조되어야 하리라 본다. 사순절 기간동안의 단식과 금육재는 신자들이 사순절 동안 가장 쉽고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희생의 방법이기에 더욱 널리 준수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교육시켜야 한다.
사순절 기간 동안의 단식ㆍ금육재 규정 역시 시대의 변천에 따라 상당히 완화되었기 때문에 신자들이 이 때문에 겪어야하는 불편과 희생 역시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게 되었다. 이 규정이 없다고 가정해보면 단식ㆍ금육재 규정이 사순절 기간 동안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선 사목자들은 금년도 사순절에 앞서 단식ㆍ금육재에 대한 신자재교육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금년도 사순절 담화문을 통해 1989년 사순시기의 묵상 주제로「세상의 굶주림」을 제시、크리스찬의 풍요로운 전통인 자발적인 단식을 통해 굶주림에 고통당하고 있는 이들을 도울 것을 강조하고 있다.
몰론 단식을 하지않고도 불우한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행위 역시 크리스찬의 풍요로운 전통이다. 그러나 사순절 동안 사순절의 의미를 되새기며 단식과 극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희생은 신앙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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