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 가을감자가 자주 오르는 것을 보니 겨울이 시작된게 분명한가 보다. 집에서 쉬는날 창문을 열어놓고 담배피기가 미안할 정도로 찬바람이 싸늘하다. 해마다 거르지 않았던 고뿔이 집안을 가득 채운다. 통기(通氣)를 억제하다 보니 집안공기는 탁하기만 하다. 우리성당에서는 무공해 또는 최소한 저공해농산물을 시골본당에서 직접 들여온다. 교우들끼리 값따지지 않고 나눠 먹는다. 덕택에 방귀를 자주 내보내게 된다. 방공기는 더욱 복합기체화 현상을 일으킨다.
20여년 전 추운겨울 어느날 본당 신부님을 따라 공소미사를 가게 되었다. 수십리를 신부님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가노라면 어찌나 추운지 온 몸이 떨어져 나가는듯 했었다. 사실 그 당시 공소신자들에게 있어서 한달에 한번 신부님 오시는 날은 잔칫날에 다름 아니다. 모두들 들뜬 기분으로 신부님을 맞이 하곤 했다. 제방 저편 산모퉁이에 신부님과 내가 탄 오토바이가 나타났다 하면 그순간부터 종을 치기 시작하였다. 신나게 종만 치는 아저씨나, 마이크 시험코멘트를 성호경이나 주의기도로 하는 공소 회장님이나, 일년 열두달 「무궁세 우리주를」만을 연습시키는 자매님이나 매한가지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미사를 마치고 나서는 으레 공소회장댁에 모인다. 그 방에 들어와 신부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교우들중 그래도 유지급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차지였다. 비좁은 방에 여럿이 모여 앉아 봉초를 연방 피워댄다. 날씨가 워낙 추워 문을 열어 놓을 수도 없다. 감자나, 호박, 무우 등으로 겨울을 나던 때인지라 방안공기는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방귀할 분은 밖으로 나가서 하고 들어 오시요』신부님은 참지 못해 농담반 진담반 한말씀 던지신다. 순박한 신자들 꼬리를 물고 들락날락 거린다. 그래도 연전한 것은 방안공기다.
『아름다운 멜로디 문밖에 있고 나쁜 냄새 안에 있으니 어찌된 일이요?』하시자 좌중은 그만 폭소를 터뜨린다. 영하20도를 밑도는 추위에 아름다운 음악 방에 두고 나쁜 냄새만 밖으로 내보낼 수 있겠는가!
어쩌다 점찮치 못한 얘기가 나왔으나 모든게 좀 부족하고 모자란 듯한, 그래도 소박하고 정감있는 지난날 교회의 한 단면이 나의 소중한 추억중의 하나다. 필시 그냄새 가득한 방 한가운데 감미로운 음악소리 날때마다 예수님도 키득거리시면서 우리와 함께 하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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