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안개와 싸우고 있는 것은 순전히 내 잘못이었다.
그 상대가 나인 데도 마치 자신의 비위를 맞추기라도 하듯 내 행동 하나 하나를 설명해야만 했고 혈통의 개념과 뿌리 깊은 가계는 나의 자랑스런 빛이었으며 내가 하는 일은 모조리 이웃에 혹은 널리 주변에 까지 알려 바람속의 나뭇잎처럼 흔들거린 못견딜 광휘였다.
어느것 하나도 확실한게 없다면 우린 언제나 정신 바짝 차리고 늘 기도하는 맘으로 살아가는 건데 끝도 없이 나를 유용하게 만들려고 기를 쓰다가 남는 것은 결국 울부짖음 뿐 내 자신이 불안한 만큼 그들을 당황케 했고 다급해 하는 만큼 그들을 내 몰리게 하는 그래서 나와 안개와의 싸움은 자신과의 싸움이 아니라 어떤 알지 못한 사람들의 싸움을 해주는 뚜장이 노릇이었다.
자신이 보여주고 싶으면 뭐든지 보여주면 되는 것 안개를 피우듯 자기를 다 지우면 이른바 일상의 세계가 없고 아무것도 당연한 것이 될수 없는 오직 빛부신 허락 안개는 온갖 빛을 고르게 하는 흰 여과장치였다.
켜켜이 자욱하게 낀 안개 하루 또 하루를 매일같이 스스로 죽는 죽음의 폭과 깊이를 더하여 자기를 내던질 수도 놓을 수도 있는 혼으로 시성을 높이는 싸움 가장 많은 이해와 포옹력을 가진 그순결함으로 바람 속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아니라 타락한 중에도 믿어주고 넘어진 중에도 같이 붙들어 주며 부끄럼없이 매일 가는 길 미워하는 일도 사랑만큼 나를 태웠다. 인간의 힘을 믿게엔 너무나 절박한 현실 남의 죄를 내죄로 아프게 받아들인 자기 아닌 그 속에서 자기를 찾아 이 세상의 모든 잘못알랑 안개와 함께 「내 탓이오」라고 말하는 순간 내 입술은 순수해지고 흐르는 눈물은 아름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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