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안한 마음을 걷잡을 수 없었고 초조하게 문밖에 지켜 서 있었다.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 보니 내가 신고 온 신발이 짝재기에다 굽 높이가지 달랐다. 얼마뒤 남편이 경색된 얼굴로 들어오셨고 난 할말을 잊었다.
그 병원의 의사는 자기가 검사한 결과로 보아 괜찮겠다고 했으나 척추에 심한 상처가 있었기 때문에 척추 장애가 염려된 우리는 강남 성모병원으로 막내를 옮겼다.
남편이 그 병원에서 여러번 교육을 했었기에 그 인연으로 쉽게 응급실에 자리를 마련할수 있었다.
밤늦도록 여러 검사와 촬영을 하였고 남편은 막내를 안고 이리저리 뛰느라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 멈추어 있는것 같았다.
새벽에야 모든 결과가 나왔다. 큰 이상은 없겠다는 의사 선생의 말씀을 듣고서야 안도의 숨을 쉴수 있었다.
며칠 후 우리는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병원을 옮겼다. 병원과 집을 하루에도 수차례 오가야했고 저녁때면 발이 아파서 신을 신을수가 없었다.
20일쯤 후에 막내가 퇴원을 하게 되었는데 걸음을 걸을 때 약간씩 한쪽 다리를 저는 것이었다. 나는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다. 다시 성모병원에 진찰을 신청해 놓고 기다리는 동안 나와 남편은 죽을 사람처럼 침통해 있었다.
일주일 뒤 다시 성모병원에 가서 종합검사를 받았는데 결과는 이상이 없겠다며 후유증으로 그런것이니 크게 염려말라며 한달 후에도 계속 그러면 다시 오라고 하셨다.
이렇게 회오리 바람이 또 한차례 지나가는가 싶었는데 이번엔 둘째가 더욱 아프기 시작했다. 통먹지를 못했고 고열에 헛소리를 하며 숨을 몰아쉬었다. 하루가 다르게 눈자위가 푹 꺼져 들어갔고 보는 사람마다『이젠 틀렸다』며 머리를 저었다.
내 생활의 어려움이 모두 둘째로 비롯된 것인데도 막상 이렇게 끝난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고 한없이 가엾기만 하였다.
『이젠 그만 고통없이 주님께서 거두어 주십사고 기도나 드려』하고 말을 했지만 나는 그럴수 없었다.
『하느님 이 불쌍한 아이를 제발 살려 주세요. 아직은 제게 힘이 있습니다. 다음에 힘이 없을때 그때에 거두소서』하며 눈물로 간청 드렸다. 그러다 잠깐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둘째는 편안한 상태로 잠을 자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엔 열이 내렸고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물을 달라고 했다. 조금씩 음식을 먹기 시작하더니 며칠후 많이 좋아졌다.
둘째는 말하기를 아플때 반짝이는 옷을 입은 천사가 자기를 찾아왔다고 말했는데 이는 분명히 하느님께서 내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고 천사를 보내시어 둘째를 살려주셨음을 굳게 믿었다.
둘째는 나에게 부탁이 있다며 차를 타고서 이곳 저곳 구경 했으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집엔 차도 없었고 택시를 빌려서 시외를 다니기도 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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